[Song For Today]예술이 지향하는 재난의 개별성

이재훈 2022. 11. 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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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일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지하 대피소.

7세 소녀 아멜리아 아니소비치가 부른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가 전쟁의 참혹함을 잠시나마 씻어냈다.

대피소 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모두 아니소비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노래가 끝나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물론 방송국은 TV 예능 프로그램 방영을 중단하고, 콘서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가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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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오늘의 곡 : 생각의 여름 '손과 손'

[서울=AP/뉴시스] 지난 3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콘서트서 노래하는 아멜리아 아니소비치.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3월3일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지하 대피소. 7세 소녀 아멜리아 아니소비치가 부른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가 전쟁의 참혹함을 잠시나마 씻어냈다. 대피소 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모두 아니소비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노래가 끝나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아니소비치는 같은 달 20일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노래는 이렇게 한 줄기 빛을 그린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사회가 대중음악 업계에 유독 엄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공연 취소 등 일괄적인 방식으로만 국가애도기간에 동참하도록 강요 받는다. 프로 스포츠는 묵념 등으로 조의를 표한 뒤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방송국은 TV 예능 프로그램 방영을 중단하고, 콘서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가수도 있다. 결혼식을 미룬 이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위로의 방식이 취소·연기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이렇게 말했다. "지진을 '2만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번이 있었다'고 해야 피해자 저마다를 이해할 수 있다."

그건 위로의 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방법이 있다. 뮤지션 정원영은 이태원 참사 애도 방식과 관련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 음악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라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가객' 김광석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일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예정됐던 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왜 여전히 대중음악만 위로의 방식에서 외면 받는가. 행정에서 '흥청거리는 풍악'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대중음악은 매번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다수의 스태프와 인디 가수에겐 공연이 생계이기도 하다. 그들에겐 공연이 우리들 일상과 같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3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2.11.03. livertrent@newsis.com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박종현)은 소셜 미디어에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 공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고 썼다. 가수 장재인·정밀아, 음악평론가 배순탁·김윤하 등도 이런 애도의 방식에 동의하고 나섰다.

무엇이든 일방적 방식은 예술적 서사가 지향하는 재난의 개별성을 지워버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함께 연대하는 거다. 청년과 뮤지션을 단순히 유흥을 즐기는 이들로 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짓눌리지 않는 거다. 돌아보면 우리 곁엔 항상 음악이 있었고, 무슨 일을 겪든 음악으로부터 일상적 위안을 받아왔다. 좋은 음악은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생각의 여름이 지난 7월 발매한 정규 4집 '손' 중 '손과 손'도 그런 곡 중 하나다. 강아솔이 함께 한 이 곡은 이렇게 노래한다. "너의 손 / 내일로 떠나는 배 / 밤을 건너게 해 (…) / 이윽고 / 무사히 아침으로 / 세상으로"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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