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억제' 실효성 강화되나…전략자산 '상시배치 수준' 주목

유영규 기자 2022. 11. 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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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3일(현지시간)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억제' 강화로 대응하기로 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이날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제54차 안보협의회의(SCM) 후 서명한 공동성명과 모두발언에는 한미가 북핵·미사일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 및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 분야별로 동맹의 능력과 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러한 확장억제 협력방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핵 공유 체계와 비슷합니다.

나토식 핵 공유나 그 핵기획그룹(NPG) 운영은 그간 우리의 맞춤형 확장억제 보완 모델로 자주 거론돼왔습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본토 위협 시 대응하는 핵무기 탑재 투발수단 등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입니다.

핵무기를 탑재한 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 등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미사일방어망(MD) 전력 등이 이에 속합니다.

현재의 확장억제 역량과 의지가 충분하다는 미국의 인식·수사와 달리 동맹인 한국에서는 최근 북한의 핵 능력이 향상되면서 확장억제가 제대로 작동할지 실행력에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고,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에 대한 입김이 거세지면 미국이 핵보복 결심을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핵심입니다.

이에 더해 북한은 최근 핵무기를 선제공격에 쓸 수 있다는 공세적 내용의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다양한 전술핵 투발수단을 수시로 발사하며 남한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한미는 그러나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해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정책을 재확인했습니다.

한미가 이날 발표한 확장억제 협력방안은 미국과 나토 비(非)핵국 간 핵 공유 체계 등에 착안해 ▲ 정보공유 ▲ 위기 시 협의 ▲ 공동기획 ▲ 공동실행 등 4가지 정책 범주에서 공조를 강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정책 범주별 협력에 따라 위기 판단과 대응, 확장억제 수단 결정, 핵 사용 결심에 한국의 '발언권'이 제도화하고 강화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정책 공조 강화에 따라 가장 두드러지는 가시적 변화는 전략자산 상시 배치 수준 전개입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 장관은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에 대해 "차관보급 정책실장 협의 채널을 상시 가용하기에 필요하면 협의체 가동해서 긴밀 협의하고, 군사적으로 합참과 연합사간 실시간 협의하는 채널을 이용해 상시배치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운용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양국 장관이 펜타곤 인근 앤드루스 기지를 찾아 B-1B와 B-52 전략폭격기 아래 나란히 선 모습은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 전략자산이 더 자주 더 다양하게 한반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북한의 강한 반발도 예상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이미 시작됐습니다.

2017년 말 양국은 전략자산 정례 배치 확대에 합의했으나 2018년 평창 올림픽으로 화해·대화 국면으로 정세가 전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적시·조율된 방식의 전략자산 전개' 합의가 도출되고 F-35A 스텔스 전투기,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 3천t급), 핵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760·6천t급)이 공개적으로 한반도를 찾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극히 낮은 수준에서 이뤄지는 핵정보 공유 수준도 높아집니다.

이날 공동성명에 정보공유가 명시됨으로써 정보공유 수준이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협력 수준으로 한미 정보공유 수준 향상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기획 협력에 따라 2013년 만든 '맞춤형 억제전략'이 보다 정교해지게 됩니다.

한미 양측은 이미 맞춤형 억제전략 수정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 당국 간 공동기획에 따라 군사 당국 간 계획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개정된 맞춤형 억제전략이 군사 당국의 지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빠른 시간에 개정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확장억제수단연습(TTX)은 현실성을 부여해 매년 열리게 됩니다.

TTX는 원래 연례 훈련이지만 지난 5년간 2차례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 장관은 TTX를 최근 북한의 핵전략과 능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개최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나토식 핵 공유와 비교하면 협력은 더 심층적이지만 결정적으로 영토에 전술핵이 없는 것이 결정적 차이점입니다.

전술핵 배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보면 미흡한 수준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를 고려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면서 전술핵 배치 이상의 효과를 구현하려는 타협의 산물로 평가됩니다.

적 공격의 최우선 목표물이 되는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보다 되레 안전하다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확장억제를 제공할 충분한 능력이 있고 그것을 제시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실행을 신뢰할 수 있느냐, 미국의 능력과 의사결정·실행 사이 과정 중에 한국의 목소리나 활동이 얼마만큼 반영되느냐"라며 "이번 SCM은 그런 문제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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