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전격 노사합의…본사 앞 농성천막 인근 주민들 "늦었지만 다행"

김동현 2022. 11. 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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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SPC·화섬노조, 양재사옥 근처 시위 천막 철거 등 담은 노사합의 도출
소음 등으로 고통 받던 인근 주민들 "향후 막무가내식 농성 지양해야"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SPC그룹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이 지난 3일 노사 합의를 통해 시위 천막을 철거하기로 하면서 집회 소음으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했던 서울 양재동 SPC 파리바게뜨 본사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의 걱정이 줄어들 전망이다.

집회 소음 피해를 입어온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늦었지만 노사 합의가 이뤄진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향후에는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2017년 제빵기사 불법 파견 문제로 시작된 사회적 합의

양측의 갈등은 2017년 6월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불법 파견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파리바게뜨 민노총 지회는 SPC그룹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를 고발하며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같은 해 고용노동부는 근로 감독을 통해 파리바게뜨가 소속 제빵·카페 기사 5000여명을 불법 파견했다고 판단, 본사인 SPC그룹에 직접 고용을 명령했다.

SPC그룹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스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했다. 이와 함께 제빵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측과 노조, 가맹점, 시민단체, 정당 등 8곳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당시 사회적 합의 문서에는 총 11개 조항이 들어있다. ▲신규법인 설립 조건 ▲직원들의 근로계약 및 처우개선 ▲협력업체 당시 문제점 시정 ▲소송 등 사법적 조치 해결 ▲노사 상생 등이 주 내용이다.

화섬노조, "사회적 합의 불이행" 주장…SPC그룹 양재동 본사 앞서 장기간 천막농성

민노총 화섬노조는 지난해부터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파리바게뜨 5000명 제빵기사들은 한노총 소속 식품노련과 민노총 소속 화섬노조로 양분해 노조에 가입했다. 2017년 700명에 육박하던 화섬노조 측 조합원은 현재 200여명으로 줄었다. 한노총 식품노련 소속 제빵기사들은 4000여명에 달한다.

민노총 소속 노조는 한노총에 주도권을 빼앗긴 이유에 대해 사측이 노조 파괴에 가까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불법 행위로 민노총 노조가 피해를 입었으니 이것도 보상을 해달라는 논리다.

화섬 노조의 주장에 대해 대표 교섭단체인 식품노련은 개별 교섭권과 타임오프제 획득을 위해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고 화섬노조는 사회적 합의 이행이 되지 않는다는 다른 명분을 내세워 SPC그룹 양재동 본사 앞에서 장기간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불매운동이라는 강경책을 지난해 12월부터 꺼내들었다.

[서울=뉴시스] 피비파트너즈,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3일 오전 11시 노사합의를 했다. 사진은 황재복 대표, 신환섭 위원장의 모습.(사진=화섬노조 제공)

SPC그룹, 화섬노조와 노사합의…"사회적 합의 협의체 발족"

SPC그룹이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들을 직접 고용해 설립한 피비파트너즈와 화섬노조는 지난 3일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사항에 대해 노사합의를 도출했다.

양측은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를 발족, 이전 합의 내용을 확인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 노사간담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대표가 사과하는 한편 부당행위자는 인사조치를 실시키로 했다.

이외에도 ▲노동조합 활동 보장 및 지원 ▲신입직원의 조합 선택권 보장 ▲조합 선택과 관련한 회사 차원의 캠페인 제공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양측은 특히 협약서 체결 이후 상호 고소, 고발, 진정 등을 취하하고 화섬노조는 양재 사옥 주변에 설치한 시위 천막 등을 철거하기로 했다. 시위 천막 철거는 천막 농성에 나선지 1년 4개월만이다.

인근 주민들 "늦었지만 다행…향후 막무가내식 농성 지양해야"

화섬노조는 그동안 투쟁 선포식, 단식돌입 기자회견, 공동행동 결성 및 시민행동 선포식, 불매 행동 동참 기자회견, 야간 집회 등을 진행했고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촛불문화제는 더 자주 개최돼 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컸다.

특히 SPC 본사 맞은 편에 위치한 한솔로이젠트 아파트 주민들의 집회 소음 피해는 상당했다.

이 아파트 입구에는 '화섬노조 때문에 못살겠다. 아침 저녁으로 시위대 확성기 소리가 당신네들은 안들리는가?', '화섬노조 시위 때문에 못살겠다. 입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같은 노조 비판 현수막이 걸려 있을 정도다.

한솔로이젠트 입주자대표회는 SPC그룹과 화섬노조 노사 합의 소식에 화섬노조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향후 노사 갈등이 불거지더라고 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해 막무가내식 농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SPC그룹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일단 주변에 험악한 표현이 적혀있는 현수막이나 천막이 없어지니 보기에 좋다"며 "향후 시위나 고성집회도 줄어든다고 하니 주민 입장으로는 상당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상윤 한솔로이젠트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늦었지만 SPC그룹과 화섬노조간 노사 합의가 이뤄져서 다행"이라며 "향후에는 갈등이 빚어지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 민노총의 집회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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