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에 9to6 은행으로 발길…영업시간 정상화는 언제쯤

2022. 11.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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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시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

은행의 영업 종료 시각인 오후 3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해당 지점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이날 오후 근무를 자원했다는 은행원 B씨는 "4시가 다 돼 다른 지점에 방문했다가 늦게까지 하는 은행이 있다는 안내를 받고 오는 분이 많다"며 "영업시간 연장 이후,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고객이 꾸준히 느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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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9to6 은행’ 가보니
오후 4시에도 꾸준히 방문하는 등 만족도 높아
대다수 은행들 1시간 단축영업 유지해
대면 영업 축소의 발판 될까 우려도
“은행의 공공성 부정할 수 없어”
2일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 오후 3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지만 고객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당연히 4시까지 하는 줄 알았지…”

지난 2일 서울시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 은행의 영업 종료 시각인 오후 3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지만 해당 지점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꾸준했다. 4시께 급하게 은행으로 들어선 50대 여성 A씨는 “4시까지 영업인 줄 착각해 근처 영업점에 갔다 문이 닫혀 급하게 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지점은 KB국민은행의 ‘9to6 뱅크’ 중 하나다. 9to6 뱅크는 오후 4시까지인 종전의 정상 영업시간을 늘려 오후 6시까지 대면 창구를 운영하는 특화점이다. 현재 전국에 72곳이 분포해 있으며 고객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조사된 ‘9to6’ 은행의 방문고객 순추천지수는 75.3으로 전체(58.1)와 비교해 30%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날 오후 근무를 자원했다는 은행원 B씨는 “4시가 다 돼 다른 지점에 방문했다가 늦게까지 하는 은행이 있다는 안내를 받고 오는 분이 많다”며 “영업시간 연장 이후,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고객이 꾸준히 느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 오후 3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지만 고객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 김광우 기자.

그러나 대다수 영업점의 사정은 꽤 다르다. 대구의 한 시중은행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C씨는 최근 3시 30분이 넘어 은행을 방문한 고객과 실랑이를 벌였다. C씨는 “거리두기도 끝났는데 4시까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고객에 “실내 마스크 해제 시까지는 단축 영업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해당 고객은 “민원을 넣겠다”는 경고를 남기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대면 영업시간 확대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 향상은 분명하지만, 은행들의 영업 전략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2020년 12월, 은행들은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이던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해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지난 4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음에도 단축 영업이 계속돼 소비자 불편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업시간을 단축했던 81개 국내은행 중 67개(83%)가 영업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은 지난해 노사합의 당시 영업시간 정상화의 조건으로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 조치를 정했고, 조건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소공동지점. 오후 3시 30분이 지나자 영업점의 문이 닫혔다. 김광우 기자.

그러나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영업시간 단축이 결국 대면 영업 축소의 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가 풀려도 정상화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고객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인건비 등 부가 비용이 드는 대면 영업에 투자할 요인은 크지 않다”며 “영업시간 조정을 시작으로 점포 축소와 같이 대면 영업을 축소하는 경향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들의 점포 축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1112개의 은행 지점이 문을 닫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부터 점포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를 의무화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도 8월까지 약 179개 지점이 자취를 감췄다.

이에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이익 추구에 따른 자율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은행이 가진 공공성을 부정할 순 없다”며 “조치를 강제할 수 없다면 대면 영업 확대의 유인책을 만드는 등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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