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더 독해지겠다, 증시는 알 바 아냐”

방현철 기자 2022. 11. 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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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강한 매파로 피벗한 파월의 입에 흔들리는 월가 증시

4일 새벽에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46% 하락한 3만2001.25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1.06% 떨어진 3719.89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은 1.73% 하락한 1만342.94에 마감했습니다.

[파월 의장 발언 분석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j0Ss0Zu3sz4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더 매파로 피벗?’, ‘힘 빠진 연말 쇼핑’, ‘먹구름 속 반도체 시장’을 꼽았습니다.

미 연준은 1~2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제 연 3.75~4%가 됐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선 것은 2007년 12월 이후 15년 만입니다.

월가는 11월에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이언트 스텝 자체는 놀랄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혹시나 피벗(정책 전환) 신호를 줄까 기대가 있었습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하지만 파월 의장은 최종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방송에서 발언의 3가지 포인트를 짚어 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수요일과 금요일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파월 의장 발언 분석 영상으로 확인] : https://youtu.be/j0Ss0Zu3sz4

◇ 더 매파로 피벗?

미 연준은 1~2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75~4%가 됐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선 것은 2007년 12월 이후 15년 만입니다.

월가는 11월에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이언트 스텝 자체는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혹시나 피벗(정책 전환) 신호를 줄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월가의 기대와 달리 파월 의장은 최종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면서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파월의 입에 월가 3대 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날에는 다우 1.55% 하락, S&P500 2.5% 하락, 나스닥 3.36% 하락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2일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파월의 발언 중 중요한 세 가지 포인트를 짚어 보겠습니다.

첫째,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9월 FOMC에서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향후 금리 경로는 연말 연 4.4%, 내년 연 4.6%였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9월 이후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구체적인 최종 금리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월가에서 스와프 시장에서 나타난 최종금리 전망은 내년 5월이나 6월에 연 5.15%까지 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미 연준이 12월 0.5%포인트, 2월과 3월에 0.25%포인트씩 더 올리면서 최종 금리가 연 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시장 금리를 갖고 기준금리 확률을 추정하는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내년 3월 FOMC에서 기준금리 확률은 연 5~5.25%가 47.6%로 가장 높았습니다.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일 연 4.07%에서 2일 연 4.10%, 3일 연 4.14%로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파월 의장은 “갈 길이 더 남았다”며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 추이. /자료=미연준

둘째, 이르면 다음달부터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종 금리는 더 높아지겠지만, 금리 인상 폭은 줄여나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 길게 가기 위해 느리게 간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르면 다음 FOMC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다음 FOMC가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 FOMC는 12월 13~14일에 열리고, 그 다음 FOMC는 1월31일에서 2월1일에 열립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12월에 0.5%포인트의 빅스텝으로 가고, 이후 0.25%포인트의 베이비 스텝으로 금리 인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셋째,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좁아졌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이 여전히 가능하기는 하지만, 연착륙으로 가는 길은 좁아졌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포인트롤 보니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당장은 매파적인 발언을 했지만, 결국은 경기 침체가 오고 그렇게 되면 금리 인하로 피벗 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페드 워치 툴에 따르면, 내년 12월 기준금리 예측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연 4.75~5%로 확률은 28.8%입니다. 연 5% 쯤에서 피크를 찍은 후에 내년 중에 다시 인하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5~6월에 피크를 찍은 후에 내년 말에 거의 0.4%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습니다.

도이치은행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매튜 루체티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연준의 최종금리가 높아질수록 내년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란 확신이 강해지고, 동시에 깊은 침체 리스크도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이미 지난달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서베이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 확률은 60%로 올라섰습니다. 이 확률은 9월에는 50%였습니다. 또 6개월 만에 30%에서 60%로 치솟았습니다.

블룸버그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제 침체 확률 예측 추이. /자료=블룸버그

◇ 힘 빠진 연말 쇼핑

11월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됩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11~12월 연말 쇼핑 시즌에 연간 소비액의 20% 쯤이 소비되기 때문에 미국의 소비와 기업 실적을 가늠하는 데 연말 쇼핑 시즌이 중요합니다. 한편 월가 증시에서는 연말 쇼핑 시즌 기대에 산타 랠리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이날 올해 11~12월 연말 쇼핑 시즌의 판매액으로 9426억~9604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늘어난다는 전망입니다.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 소비액 추이와 전망. /자료=미국소매협회

작년 연말 쇼핑 시즌에는 ‘보복 소비’ 등으로 인해 전년보다 13.5% 늘어난 889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이었던 2020년에도 9.3% 나 증가했습니다.

올해 연말 소비에 과거 2년간의 증가 추세와 달리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소비량 자체는 작년보다 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9월에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대비 5.1% 올랐습니다.

NRF는 “미국인들이 여전히 이번 쇼핑 시즌에 소비를 하려고는 하지만,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구매에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올해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증가율 평균인 4.9% 보다는 좋을 것으로 보여서 엄청난 소비 침체가 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예측 기관들도 연말 쇼핑 시즌에 대해서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음. 베인 앤 코는 연말 쇼핑 시즌에 소비가 작년보다 7.5% 늘어나겠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3% 늘어나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4~7% 증가를 예측했습니다.

2019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쇼핑몰이 쇼핑객들로 붐비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연말 쇼핑 시즌의 소비가 안개 속에 들어감에 따라, 직접적으로는 월마트 등 유통 업체의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또 나이키 등 소비재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월마트, 나이키 등은 재고 증가에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합니다.

추가로 연말 쇼핑 시즌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요소는 고용입니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2주에 한 번 급여를 받고 저축을 많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업이 생기면 바로 소비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아직까지 고용은 미 연준의 긴축에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모습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고용 시장은 매우 타이트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전주보다 1000명 줄어든 21만7000명이었습니다. 월가 전망인 22만 명보다 오히려 적었습니다.

5일 발표될 10월 일자리 증가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10월에 일자리가 20만 명 늘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달의 26만3000명보다는 줄어들겠지만, 월가에서 장기적으로 중립적인 월간 일자리 증가 숫자로 보는 10만 명보다는 훨씬 많은 것입니다. 중립적인 일자리 증가는 경기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일 때 보이는 일자리 증가 숫자입니다.

10월 실업률 전망도 3.6%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 먹구름 속 반도체 시장

이번 주에 반도체 대표기업인 AMD, 퀄컴, NXP반도체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향후 실적 전망을 제시했고 주가도 하락했습니다.

우선 AMD입니다. 글로벌 CPU 2위, GPU 2위 기업 AMD는 지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데이터센터 부문과 임베디드 부문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PC 관련 제품의 부진을 상쇄하지는 못했습니다.

데이터센터 부문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했는데 경쟁사인 인텔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지난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기 때문에 큰 폭의 점유율 상승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임베디드 부문은 올해 자일링스 인수 효과와 함께 전방산업인 항공우주, 방위, 통신 등의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면서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AMD가 향후에도 실적을 가장 자신하는 사업부입니다.

AMD의 최고경영자인 리사 수.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PC였습니다. 전반적인 PC시장 둔화의 영향으로 AMD의 PC향 매출(클라이언트부문)도 40%나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AMD는 4분기에도 PC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4분기과 올해 실적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췄습니다. AMD의 향후 실적은 PC시장의 회복에 달려있습니다.

다음으로 퀄컴입니다. 핸드세트용 통신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퀄컴은 2022회계연도 4분기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퀄컴은 전반적인 핸드세트 시장의 부진 속에서도 5G 스마트폰을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증가로 지난 4분기에도 핸드세트용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IoT(사물인터넷)는 퀄컴의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들이 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되면서 퀄컴 칩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핸드세트입니다. 퀄컴은 내년도 전망에 대해 5G를 포함한 프리미엄폰의 수요가 2022년 대비 10%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수요 부진으로 인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그로 인해 퀄컴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자동차와 IoT향 매출이 성장하고 있지만 핸드세트의 비중이 높아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퀄컴의 로고와 5G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NXP반도체입니다. 세계 2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반도체는 지난 3분기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NXP는 차량용 제품의 수요는 견조하지만 소비자용 IoT 제품의 판매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다음 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제시했습니다.

NXP는 차량용 AP, MCU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차량용 제품에 대해서는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일부 제품의 품절이 발생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가격을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매출의 22%를 차지하는 산업 및 IoT(사물인터넷) 제품의 40%가 소비자용 IoT제품인데 판매 둔화가 확인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채널 재고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고를 늘려서 더 팔 수도 있지만 향후 수요 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습니다. IoT제품의 실적 감소폭이 향후 NXP 실적의 관건입니다.

반도체 시장의 수요 둔화로 인해 반도체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부진한 업황 속에서 어떤 기업이 돋보이는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더라도 계속해서 금리를 높여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준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는 월가의 기대와는 다른 얘기를 한 것입니다. 점차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연준이 어떻게 끌고 갈지 주목해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이 지난 2년간에 비해 힘이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합니다. 연준의 긴축에 따라 소비가 얼마나 꺾일지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셋째,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이 꼈습니다. PC 등의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부진한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내는 기업이 있을 지 찾아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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