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서 촉발된 ‘돈맥경화’ 증권·보험사까지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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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에서 시작된 침체의 도미노는 증권사, 보험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자금시장 경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채안펀드가 소방수로 나섰지만 당장 작은 불만 끄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시행사의 연쇄 부도 우려가 나왔고, 이 경우 시행사의 사업을 믿고 자금 조달을 도운 증권사들까지 큰 손실이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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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에서 시작된 침체의 도미노는 증권사, 보험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자금시장 경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채안펀드가 소방수로 나섰지만 당장 작은 불만 끄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곳에서 리스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뉴스1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보험에 이어 DB생명도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중도상환) 행사일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DB생명은 국내에서 발행한 채권이고, 사모이기 때문에 투자자와 합의가 된 상황에서 미행사를 한 것이지만, 보험사가 지급여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크레딧 시장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보험사도 못 믿는다면 크레딧 시장은 끝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돈을 빌리고 5~10년 뒤 원금을 갚겠다는 약속인 '콜옵션'을 붙인다. 콜옵션을 포기하면 이자 금리가 더 높아지는 '스텝 업' 조항이 있어 콜옵션을 행사하는 게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13년간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콜옵션을 포기한 곳은 한 곳도 없다.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콜옵션을 매입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부족했고, 기본적인 재무건전성 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면 경영실태평가(RAAS, 라스)에서 권고가 나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기재부와 협의를 통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콜옵션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 글로벌 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우리은행은 금리가 더 높은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며 투자자를 겨우 달랬다. 그만큼 콜옵션 포기는 국가 신인도 하락과 채권시장 혼란을 가져오는 큰 사건이다.
실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는 다른 보험사까지 리스크가 번졌다. 액면가가 100달러였던 한화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사태 이후 호가가 7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증권사도 외화채 발행 결정을 거뒀다. 한국 기업들의 외화 조달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채권 조기 상환 미행사로 자본시장 내 신뢰가 낮아져 향후 시장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추후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채 시장에서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는 데 대한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금시장 경색의 시작은 부동산에서 시작됐다.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시행사의 연쇄 부도 우려가 나왔고, 이 경우 시행사의 사업을 믿고 자금 조달을 도운 증권사들까지 큰 손실이 예상됐다.
여기에 불을 지핀 건 레고랜드 유동화증권(ABCP) 디폴트 사태다. 디폴트 규모는 2050억원이었지만, 시장의 파급력은 어마했다.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도 디폴트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 신평사들은 채권 등급 재조정에 나섰고, 증권사들은 채권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부실 채권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경색된 채권 시장에 채안펀드가 소방수로 등장했지만, 작은 불만 끄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언발에 오줌누는 격'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채안펀드는 신용등급 'A+' 이상 여전채만 매입해 신용등급 A이하 여전사들은 금리 인상 리스크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부실 폭탄이 또 다른 곳에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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