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후총회 6일 개막…‘기후재난 개도국’ 실질적 지원책 나올까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6일 이집트서 개막
올해는 인류가 기후변화를 ‘공동의 관심사’로 선언한 지 34년째 되는 해다. 유엔(UN) 총회가 기후변화에 대한 최초의 결의안을 채택한 1988년이 기점이다. 이후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전지구적 공동의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30년이 넘는 전지구적 노력에도 올해 지구촌 곳곳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가뭄에 시달리던 중앙아프리카 차드에서는 올해 30년 만의 최악의 폭우로 100만명 이상의 수재민이 생기면서 지난 19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지난 6월 파키스탄에서는 집중호우로 1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성난 지구를 진정시키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과 이미 도래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기후 재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인류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올해도 뭉친다.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 휴양지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바로 그 장이다. 해마다 열리는 당사국총회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지구적 협의체다. 198개 나라 협상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90여개 이상 나라에서는 정상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회에서는 선진국의 경제발전 그늘에서 기후재난의 ‘손실과 피해’가 집중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문제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논의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 대 선진국’ 구도
기후변화는 인류가 맞닥뜨린 보편의 문제이지만, 이 위기를 조성한 책임과 대응할 능력은 개별적이다. 이에 따라 당사국들은 2015년 21차 총회에서 ‘공동의 차이가 나는 책임’ 원칙을 확인하고, ‘기후정의’를 명시한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기후정의란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과 피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활동 등을 말한다. 기후변화를 초래하게 된 국가 간 책임과 이로 인한 피해, 기후위기 대응능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당사국들이 인정한 것이다.
이번 27차 총회는 개도국인 이집트에서 열리는 만큼 개도국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집트의 와엘 아불마그드 당사국총회 특사는 지난 9월 “기후 재앙으로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 나라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총회 우선적 의제로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재원을 마련해 기후재난 피해가 집중된 나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개도국의 입장이다. 선진국들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막대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내뿜어 지금의 홍수·가뭄·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를 불렀고, 그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부족한 개도국에 막대한 손실과 피해가 집중됐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선진국들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총회에서 개도국을 위해 2020년까지 해마다 1천억달러(약 140조원)를 조성해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후 2015년 파리협정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재정 지원 책임을 명시했다. 1992년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내용을 계승한 것이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2019년에 세계적으로 6320억달러(900조원) 규모의 예산이 기후위기 대응에 쓰였지만, 이 중 개도국에 대한 지원은 796억달러(113조원)에 그치는 등 여전히 연간 1천억달러 지원 공약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총회 핵심 이슈가 될 의제는?
이에 따라 이번 27차 총회에서는 개도국들이 주요하게 제기하는 ‘개도국의 기후재난 피해를 지원하는 문제’(파리협정 8조 ‘손실과 피해’ 조항)가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기후재난 손실과 피해는 파키스탄 홍수 재난처럼 사회 인프라 파괴와 인명·민생 피해, 문화적 손실 등 경제적·비경제적 피해를 모두 포괄한다. 독일의 엔지오(NGO) ‘저먼 워치’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기후 위험 지수’를 보면, 2000~2019년 20년 동안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 가운데 상위 10개국은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바하마 등 모두 개도국이었다.
그린피스는 이번 총회에서 개도국의 기후재난 피해와 관련한 보상 문제에 대해 별도의 재원 설립이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반면, 이런 논의 없이 회의가 소모적인 논쟁만 하다가 끝나게 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감축’(파리협정 4조) 관련 논의도 관전 포인트다. 화석연료를 퇴출을 얼마나 가속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 전환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COP26)에서 도출된 ‘글래스고 기후 합의’에서는 당사국들이 2022년까지 각국이 스스로 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재검토하고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엔디시를 제출한 193개국 중 지난 1년동안 26개국만이 개정됐거나 새로운 엔디시를 제출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실망스럽다”며 “(각 나라) 정부의 결정과 조치는 폭주하는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글래스고 기후 합의에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선언한 만큼 선진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에서의 석탄발전 감축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들 나라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 한국에 대해서도 감축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파리협정 7조) 문제를 두고도 관심이 집중된다. ‘적응’은 현재 나타나고 있거나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대해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적응 갭 리포트’(2021)를 보면, 개도국의 연간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예산은 1550억~3300억달러(220조~470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2019~2020년 평균 6320억달러(900조원) 규모의 세계 기후 재원 중 90.3%에 달하는 5710억달러(812조원)가 온실가스 감축 분야에 쓰이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쓰이는 예산은 460억달러(65조원)로 7.3%에 불과하다.
그린피스는 기후 적응을 위한 새로운 재원 지원 목표가 합의되고,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의 기후 재원 관련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지구환경금융(GEF), 적응 펀드에서 적응 관련 재정 지원이 강화되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지금까지처럼 적응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후 재원의 중요성을 선언적으로 강조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그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협상 전망은?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당사국 총회(COP26)는 당사국들이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국제탄소시장 규칙 설정,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의 30% 감축 등에 합의하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27차 총회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해에 견줘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대응 목표가 26차 총회에서 어느 정도 달성된 점, 주요국 정상들의 불참, 의장국이 개도국이라는 점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도 지난해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로,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함께 참석한다.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기후환경융합학과)는 “2015년 파리협정 때 회의 전에 의장국인 프랑스의 대통령, 총리, 외교부 장관 등이 협상 그룹들을 미리 접촉해 협상을 진전시키면서 성과를 냈다”며 “이번에도 이집트가 그런 의지를 갖고 노력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장다울 전문위원은 “빠르고 과감하게 화석연료 의존성을 낮추고,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 하에 탈탄소 산업으로 전환, 기후 피해 국가에 재정과 기술 지원에 대한 효과적인 논의 등이 나오면 성공적인 총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불안한 국제정세가 이번 총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이런 국제정세가 총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하는 강상인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국가들만 보유하고 있는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전지구적으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현재 국제정세가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 상황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전환’ 논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발표한 ‘2022년 엔디시 종합보고서’에서 ‘당사국들이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5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2.5도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당사국 총회 주최 기관이 총회 개막을 열흘 남짓 앞두고 당사국들을 향해 “기후 대응이 여전히 불충분하고 더 야심 찬 행동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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