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예산 ‘0원’…왜 삭감한다는 걸까요? [뉴스AS]

이지혜 2022. 11.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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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주민 호응 등에 업고 3년만에 예산 100배 증가
지역용 사업이 전국화되면서 정책 부작용 커져
고물가 국면에 소비 진작하면 물가만 더 자극
소상공인 지원 축소 우려 큰데 대안 없는 정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올해까지는 상품권 액면가의 10%를 할인해 판매하며 할인액의 40%(액면가의 4%)를 국고로 보조했는데, 내년부터 할인액 전부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에 한시적 사업이었고 소비가 살아나고 있으니 종료하겠다”는 태도다. 올해 9월 기준으로 발행지원 규모가 18조원을 넘겨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정부는 왜 전액 삭감하겠다는 것일까.

지역사랑상품권은 정부가 상품권을 구매한 주민에게 10%의 소비보조금을 주는 구조여서 인기가 무척 뜨겁다. 애초 2018년 고용·산업위기 지역(전북 군산, 경남 거제·고성, 전남 영암)에 한시적으로 상품권 발행 비용을 국고로 보조하면서 시작된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주민의 높은 만족도를 기반으로 매년 덩치를 키워왔다. 국고 지원액은 2018년 100억원(1천억원 발행)으로 시작해 2019년 884억원(2조3천억원 발행)으로 늘었고, 코로나19에 소상공인 지원의 주요 정책으로 지목되면서 2020년 6689억원(9조6천억원 발행)→2021년 1조522억원(20조2천억원 발행)까지 늘었다. 3년 만에 관련 예산이 10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지원 예산이 7천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음에도 9월 말 기준 18조4천억원 어치 상품권이 발행됐다.

수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다 보니, 지자체와 소상공인단체는 물론이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도 예산 삭감을 비판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9월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 수가 232개에 달해 지역화폐는 사실상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책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며 “국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역화폐 국비지원 전액 삭감안을 바로 잡으라”고 촉구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이 소상공인과 소비를 살리고 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해왔으니 되려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인기와 별개로 ‘정책적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초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운영할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권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정책 부작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작은 지자체 주민이 인근 큰 도시의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해 사용할 경우, 되려 작은 지자체의 지역 내 매출이 감소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진다는 것이 대표적인 지적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모든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도입할 경우 소비의 역외유출을 차단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발행비용의 증가, 소비자 후생 감소와 같은 비효율성만 남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거시 경제 상황이 바뀌었다는 점도 중요한 지적이다. 2019년부터 지역사랑상품권이 대폭 확대된 데에는 오랜 저물가 상황 속에서 소비를 진작시킬 정책적 필요성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 국면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간에 이벤트성 사업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대규모의 소비보조금이 풀리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던 애초 정책 취지와 달리 재정여건이 좋은 지자체에 더 많은 국고 보조가 가는 상황도 문제가 있다. 실제로 올해 전체 국고지원 가운데 32.6%가 수도권에 배분됐다. 경기도는 1266억원으로 전체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이 받았고, 인천이 843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발행액의 6%를 감당할 수 있는 지자체만 상품권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고, 그만큼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어떤 소득분위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지, 누구에게 소비보조의 혜택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도 시행하지 않는다. 정보에 밝은 일부 계층에만 혜택이 쏠리고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정책적 효과가 떨어진다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사업 성격상 지자체가 부담할 사업이고 지방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는 논리만 반복할 뿐 소상공인 지원 축소 우려나 주민 불만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연의 2020년 보고서에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되는 온누리상품권을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역사랑상품권과 달리 지역 제한이 없기 때문에 온누리상품권의 사용방식과 사용처 등을 정비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지역 상권을 보호하는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는 올해 3조5천억원에서 내년 4조원으로 5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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