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슬픈 국화

송은애 시인 2022. 11.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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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전신으로 파고 들고 머릿속마저 허하다.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수없이 들어온 차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면서도 슬픔에 빠지는 것은 11월의 이상한 기류는 아니겠지 위로하며 흐르는 시간을 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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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애 시인

11월이 되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전신으로 파고 들고 머릿속마저 허하다.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고 뭔가를 빼놓은 것 같아 그런가 보다. 다음 달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라서 그런지 헛바람이 든 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찬바람이 휭하니 지나간다.

밤사이 이태원에서 일어난 황당한 일로 이번 해는 더하다. 아쉬운 시월의 마지막 밤을 뉴스에 빼앗기고 허탈한 마음잡을 길이 막막한데 11월 1일은 시의 날이라고 한다. 최남선 선생의 시 '해'가 발표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라고 하는데 유네스코에 등록된 시의 날은 3월 21일이라 한다.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 詩(시)의 날을 지켜 허전한 마음을 채워보려 한다.

마침 대전 유성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림공원의 국화 전시와 국화마라톤에 참여해 국화를 바라보니 다양하고 색감이 화려해 국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았다. 늘 슬픈 일에 사용되는 흰 국화가 애처로워 '슬픈 국화' 시 한편 쓰고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언제까지 슬픈 현장을 보아야 할까. 흔들리는 눈빛에 눈물도 메말랐다. 오래 전 나의 오빠, 수산고등학교 학생 수몰사건. 해군수병 159명의 몸부림도, 삼풍의 붕괴로 사라진 영혼. 세월호 참사로 길 잃은 아이들. 아! 이태원 압사 사건까지. 나는 슬픔을 먹어야 하는 운명. 타고난 숙명일까. 위로가 된다면 언제고 그 슬픔을 안고 가야지.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하지만 슬픔에만 빠질 수 없다.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수없이 들어온 차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면서도 슬픔에 빠지는 것은 11월의 이상한 기류는 아니겠지 위로하며 흐르는 시간을 잡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살기좋은 마을' 길마루길64 이름으로 에세이집을 내고 지역에 더 관심을 가져보니 단풍이 예쁘게 들었다. 우리는 예쁘다고 감탄하지만 나무는 아픔이란다. 봄꽃은 남쪽으로부터 소식이 오며 가을단풍은 북쪽에서 내려온다고 수없이 새겨보았지만 잊어버리기 일쑤이고 단풍과 국화의 아름다움에 빠져 아픈 세상을 잊기도 한다. 때론 神(신)이 주신 최대의 선물이 망각이라 하지만 우리는 모두를 잊고 살 수는 없다.

슬픈 일은 슬프게 기억하고 기쁜 일은 기쁘게 여기며 슬픈 국화에게 슬픔은 위로 받으며 살아야겠다. 힘내자! 자신에게 화이팅 하며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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