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물인데 진에어 채권이 연 8.6%...신종자본증권이란 [주경야독]

고득관 2022. 11. 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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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는 채권이나 자본으로 인정
발행사의 콜옵션 시점이 사실상 만기
영구채는 채권이나 자본으로 인정
발행사의 콜옵션 시점이 사실상 만기

◆ 주경야독 ◆


진에어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62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제공 : 진에어]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한 진에어가 자본 확충을 위해 62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다. 진에어는 1차 470억원, 2차 150억원 등 총 62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사채를 발행한다고 31일 공시했다. 올해 2분기 말 진에어는 자본잠식이 아니지만, 3분기 적자와 부채 상환에 따른 자본금 축소에 대비하고자 자본을 확충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0월 31일

요즘 금리가 오르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채권 투자가 인기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영구채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진에어가 8%가 넘는 고금리로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구채는 채권이지만 주식같은 성격이 있는, 채권과 주식 중간쯤에 있는 상품입니다. 만기가 없어서 영구채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짧게 이야기해서는 신종자본증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실 겁니다.

이번에는 영구채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금리가 높은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만기가 없다...영구채는 안 갚아도 되는 빚

영구채, 하이브리드 채권, 코코본드. 모두 같은 뜻입니다. 진에어가 이번에 찍은 채권처럼 만기가 없어서, 채권이지만 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을 말합니다.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은 부채와 자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채는 회사가 갚아야 할 남의 돈, 자본은 갚지 않아도 되는 내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채권은 돈을 빌리면서 발행한 차용증 같은 개념입니다. 당연히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면 그 금액만큼 부채가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영구채는 다릅니다.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부채가 느는 게 아니라 자본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자본잠식율이 개선되고 부채비율도 낮아지는 등 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진에어가 이번에 영구채를 발행한 것도 이 이유에서입니다. 진에어는 이번 3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에 빠졌고 이를 해소하려면 600억원 정도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자본을 늘리기 위해 투자자를 모아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요. 증자 대신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증자보다 영구채 발행이 훨씬 더 간편합니다. 주주배정 또는 일반 공모 방식의 증자는 보통 석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영구채는 투자자만 확보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영구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만기가 영구적인 채권입니다. 이자는 석달마다 꼬박꼬박 지급하는데 원금은 굳이 안 갚아도 된다는 것이죠. 정확히는 30년을 만기로 하는데, 30년의 만기가 되면 회사측에서 또 30년씩 무한대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원금 상환 의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신종자본증권 중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라는 게 있습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영구채와 반대로 주식이지만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합니다. 영구채가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본다라면 상환전환우선주는 주식이지만 채권으로 보는 증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구채의 핵심은 두 가지...콜옵션과 스텝업

“이자를 많이 주면 뭘해. 원금을 못 돌려받는데.”

이쯤에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금 상환 의무가 없긴 한데 다들 원금을 잘 갚습니다. 그러니 투자자가 있고 발행회사가 있는 것이겠죠.

영구채에는 콜옵션이 있습니다. 발행회사가 채권 보유자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해주는 것으로, 원금 상환과 같은 뜻입니다. 진에어는 영구채 발행 시점에서 1년 후인 내년 10월 31일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1년 뒤 진에어의 형편이 좋아지면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진에어의 영구채는 조건이 좋은 편입니다. 보통은 3~5년 후가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됩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높아집니다. 이를 스텝업이라고 합니다. 진에어의 영구채 금리는 8.60%입니다. 내년 10월 31일부터는 금리가 5%포인트가 더 높아져 13.60%가 됩니다. 2년 후인 2024년 10월 말부터는 매년 2%포인트씩 금리가 오릅니다. 5년만 지나도 금리가 19.6%가 되는 것입니다. 이 이자를 안 갚으면 회사가 부도 처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력이 된다면 최대한 원금을 상환하려고 할 것입니다.

최근에 흥국생명이 2017년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영구채가 콜옵션 행사시점이 도래했음에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뜻일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준다는데 왜 그러냐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흥국생명의 영구채 금리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연 4.475%에서 6.72%로 올라가게 됐습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5%대 금리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영구채가 고금리인 이유...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무리 진에어가 당장 상황이 안 좋다고 해도 사실상 1년 만기 채권인데 8%가 넘는 금리는 상당히 높아보입니다. 대부분 영구채는 금리가 높습니다. 시중은행에서 발행하는 영구채도 금리가 5%를 넘어갑니다. ‘은행이 설마 망하겠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매력적인 투자상품이고 실제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영구채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구채는 후후순위 채권입니다. 회사가 망하면 청산 작업을 거쳐서 남은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분하는데요. 담보채권이 가장 선순위, 일반 채권이 그 다음, 그리고 후순위채권입니다. 이들이 다 자기몫을 챙겨가고 남은 것을 영구채 투자자들이 가져갑니다. 주주는 맨 마지막입니다. 후순위채권만 돼도 위험하다고들 하는데 영구채는 그보다도 더 후순위인 것입니다.

사실 영구채 투자자는 거의 건질 게 없을 겁니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아주 나빠지면 그냥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발행한 영구채의 경우 해당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영구채를 상각할 수 있습니다. 그냥 빚을 자체적으로 탕감시켜버리는 것이죠. 이런 영구채를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이라고 합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영구채는 일반적으로 그 회사의 신용도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받습니다.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AAA’입니다. 채권에도 개별적으로 신용등급이 부여됩니다. 이 은행들이 발행한 영구채는 ‘AA-’로, 자신들의 신용등급보다도 3단계가 낮습니다.

영구채가 고금리인 이유가 이해되셨을 겁니다. 역시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입니다.

주경야독,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장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홀로 꿋꿋이 공부하는 개미들의 편에 있겠습니다. '주'식과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여러분의 '독'학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주경야독은 매주 금요일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알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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