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아들 잃은 美아버지의 분노..“한국 경찰에 완전히 실망”

사진=스티브 블레시 트위터 캡처

[파이낸셜뉴스]
“한국 경찰에 완전히 실망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아들을 잃은 미국인 아버지가 현지 매체를 통해 “한국 경찰에 완전히 실망했다”며 분노했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이태원 참사로 숨진 스티븐 블레시(20)의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62)는 2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 지역 매체 ‘애틀란다 저널-컨스티튜션’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과 또 다른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티브는 당시 형제로부터 서울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스티븐이 무사한지 묻는 연락을 받고 이태원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과 친구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놀러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할로윈 행사를 즐기러 이태원으로 간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에게 “밖에 나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조심해라. 사랑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아들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그는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아들이 이태원 압사 사고로 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스티브는 “사람들이 아들 시신을 찾으러 서울로 갈 의향이 있냐고 묻더라. 서울에 가면 (분노를 참지 못해) 나는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가지 않고 대사관을 통해 화장한 아들의 유해를 집으로 송환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스티브는 한국 당국이 이번 참사에 대응한 방식에 화가 났다며 “한국 경찰에 완전히 실망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코로나 규제가 완화된 후 대규모 군중이 이태원에 몰릴 것이 예상된 상황에서 한국 경찰이 군중을 관리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내 생각에는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스티브는 그의 아들이 어디에서나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영혼”의 소유자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그를 아는 누구에게나 훌륭한 친구였다”며 “삶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태원 압사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는 156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미국인은 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