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 스텝… 한은 빅 스텝 압력 커지나 [한강로 경제브리핑]

김준영 2022. 11.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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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지난 6월과 7월, 9월에 이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 신화=연합뉴스
이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에서 3.75~4.00%로 올라갔고, 한국과의 금리 차이는 1%포인트로 확대됐다. 우리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하며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대응하기로 했다.

◆미국 4연속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 갈길 멀다”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었다. 지난달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오르며 여전히 인플레이션 흐름이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다음달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도 금리 인하 전환 고려는 ‘매우 시기상조’(very premature)라며 긴축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 (FOMC)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대로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 이하로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면서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오래 유지할 방침을 확인했다.

미 연준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파월 의장이 매파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를 열고, 국제 금융시장 동향과 회사채·단기자금 시장 동향 등을 점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추 부총리는 “이번 미국 FOMC 결과에 따라 참석자들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코스피는 연준 발표와 미 증시 급락 영향으로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면서 2300선이 무너졌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7.7포인트(0.33%) 하락한 2329.17로 마감됐다. 장 초반 10원 넘게 뛰어올랐던 환율도 오후 들어 상승폭을 축소하며 전일 대비 6.4원 오른 1423.8원에 마감했다.

◆한·미 금리차 3년 만에 1%p로 확대

미국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우리나라와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0.75%포인트 오른 3.75~4.00%로 설정하면서 한국(3.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벌어졌다.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 9월 최대 0.75%포인트로 커졌다가 지난달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0.25%포인트까지 줄었지만, 다시 1%포인트로 더욱 확대됐다.
한국은행. 연합뉴스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돼 차이가 1%포인트로 벌어진 것은 201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약 3년 4개월 만이다.

더 큰 문제는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 최소 빅 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은이 오는 24일 금통위에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하고, 다음달 미국이 5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실행할 경우 연말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금리 역전기에 최대 격차는 1.50%포인트(2000년 5∼10월)였다.

한은은 물가 잡기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물가에 중심을 둔 통화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수출 부진 및 경제성장률 하락, 자본시장 경색 등 경기 하방압력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상황이 좋지 않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제1의 변수가 연준의 움직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오는 24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 결국 관건은 베이비 스텝이냐, 빅 스텝이냐다. 시장에서도 이달 금통위의 베이비 스텝, 빅 스텝을 점치는 견해가 거의 반으로 나뉘고 있다. 
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 연합뉴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날 통화에서 “횡보장이 계속 진행될 것 같다”며 “시장의 방향성이 바뀌려면 ‘연준의 방향’, ‘경기의 방향’ 중 하나는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그 둘 다 단기간에 바뀔 수있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FOMC 기자회견을 통해 명확해진 것은 고용악화 신호 전에 연준이 물러날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며 “문제는 노동시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치 상향은 재차 주식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소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10월까지보다는 더 느린 속도겠지만 장·단기 채권금리 모두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방어에 외환보유액 한 달 새 29억달러↓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스와프를 체결하고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27억달러 넘게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4167억7000만달러)보다 27억6000만달러 줄어든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내림세를 이어가다가 7월 반등했지만 8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196억6000만달러 줄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한은은 금융기관 외화예수금·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은 증가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의 영향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9월보다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서 변동성 완화조치 규모가 큰 폭 줄어 감소폭은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외환당국 간의 외환스와프, 조선·해운업체 등 수출기업의 달러화 매도 등이 국내 달러 수급 여건에 영향을 줬다”면서 “향후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주요 통화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돼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경우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1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한은에서 조달하는 외환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23억5000만달러)은 한 달 전보다 170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하지만 예치금(282억9000만달러)은 141억달러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2억6000만달러)과 특별인출권(SDR·143억1000만달러)은 각각 3000만달러, 1억6000만달러 늘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9월 말 기준 세계 9위 수준이다.

한편 14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원화 파생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26일 396억원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LIG넥스원도 지난달 28일 환율 변동성 심화를 이유로 274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통화거래 파생상품으로 인해 손실을 본 기업은 총 57곳, 총 손실액수는 9227억원이다. 

◆뉴스로 본 경제심리, 코로나19 초기 이후 ‘최악’

금리 인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뉴스로 파악한 우리 국민의 경제 심리가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후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뉴스심리지수(NSI)는 81.25로 9월(88.97)보다 7.7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4월(79.1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스심리지수는 2005년부터 작성된 50여개 언론사의 경제 분야 기사에서 표본 문장을 매일 1만개씩 무작위로 뽑은 뒤 긍정·부정·중립의 감성을 기계학습 방식으로 분류하고, 각 문장 수의 차이를 계산해 지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가 과거 평균(2005∼2021년)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점심시간 서울 중구의 사무실 밀집 지역의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시민들. 연합뉴스
뉴스심리지수는 지난 5월(103.62)까지는 100을 웃돌다 6월 85.64로 급락한 뒤 7월(91.72)과 8월(99.10)에는 상승했다. 하지만 9월 90 밑으로 하락한 뒤 10월에는 8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2020년 2월 이 지수를 개발한 뒤 지난해 4월 시험적으로 연구 결과물을 선보였고, 같은 해 9월 도입된 실험통계제도에 따라 올해 2월부터 공개하고 있다.

한은은 뉴스심리지수가 소비자심리지수(CCSI)에 1개월가량, 주요 경제지표에 1∼2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뉴스심리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 간 최대상관계수는 1에 가까운 0.75로 분석돼 10월 뉴스심리지수 악화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0월 뉴스심리지수가 대폭 떨어진 배경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지속된 금리 인상 영향으로 한은 역시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또 1400원을 돌파한 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국내 물가 상승 폭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증가 올해 79만명서 내년 8만명대로 대폭 감소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보다 대폭 줄어들어 8만명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발표한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에 대한 평가 및 전망’에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1000명에서 내년 8만4000명으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2023년에도 양호한 고용여건은 이어지겠으나, 인구구조 변화가 취업자 수 감소의 요인으로 전환되고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보다 크게 축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
앞서 KDI는 지난 5월 올해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 때는 취업자 수가 올해 60만명, 내년 12만명 증가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내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상반기에 판단했던 것보다 커졌다고 판단해 (내년 취업자 수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며 “올해도 4분기에는 1∼3분기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 축소는 올해 고용이 호조를 보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인구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고용여건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KDI는 “고용여건 변화에 의한 취업자 증감을 주로 반영하는 ‘고용률 변화의 기여도’는 코로나19 위기 이전(2017∼2019년) 평균인 7만2000명을 소폭 상회하는 10만2000명으로 전망돼, 고용여건이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핵심노동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도 향후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구구조의 변화는 향후 취업자 수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올해 고용여건이 호조세를 보였던 데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 및 적응하는 과정에서 비대면·디지털경제 관련 분야의 노동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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