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놀 권리

윤평호 기자 2022. 11.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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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이 주창한 어린이해방군 선언이다.

어린이 놀 권리의 중요성이 커지며 지방정부들도 제도화에 나섰다.

이들 조례에서 놀 권리는 "놀이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 혹은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휴식, 여가를 자유롭게 즐기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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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이 주창한 어린이해방군 선언이다. 드라마는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어린이선언은 허구가 아니다. 1989년 11월 20일 비준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어린이가 누려야 할 제반 권리를 수록했다. 협약의 제31조는 "모든 아이들은 충분히 쉬고 놀며, 문화와 창작 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어린이 놀 권리의 중요성이 커지며 지방정부들도 제도화에 나섰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을 보면 광주광역시 서구 등 전국의 4개 기초지자체가 '아동의 놀 권리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들 조례에서 놀 권리는 "놀이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 혹은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휴식, 여가를 자유롭게 즐기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나 아동복지법, 조례 등에서 아동은 18세 미만의 사람으로 한정됐다. 그럼 놀 권리는 아동에게만 주어져야 할까?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개념화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생은 놀이처럼 영위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에 따르면 문화와 문명 앞에 놀이가 있었고 특히 놀이와 축제는 일상생활의 정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밀접하다.

할로윈축제가 열린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2일까지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희생자들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 축제가 끝난 뒤 일상으로 복귀했다면 누구의 가족이나 이웃이었을 보통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날, 그 시간, 그 장소가 정지가 아닌 단절이 됐고 남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 후 일주일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애도는 필요하지만 애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왜, 정부는 젊은이들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의 놀 권리를 보장 못하고 축제의 장이 참변의 장이 될 때까지 그토록 무기력했는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원망과 책임은 노는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 못한 권력에게로 향해야 한다. 축제의 연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태원 참사가 축제를 조롱하고 놀 권리를 제약하는 기제로 악용되어서도 곤란하다.

'놀 권리'는 성별과 연령, 장애를 떠나 누구에게나 기본권이자 사회권이다. 우리에게 더욱 절실한 건 죽지 않고 살아 놀이로 지금 당장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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