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물 똑같은데 비싸네?"…쿠크다스 '폴바셋' 가격 논란
쿠크다스 커피와 내용물 동일해
가격은 500원 비싸…"패키지 비용"
크라운제과가 올해 매일홀딩스의 계열사인 엠즈씨드와 손잡고 출시한 '쿠크다스 폴바셋 에디션'이 쿠크다스의 기존 라인업인 커피맛과 동일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크다스 폴바셋은 동일 중량의 쿠크다스 커피맛보다 10% 가까이 비싸다. 원재료가 100% 동일한 제품임에도 패키지만 교체해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어쩐지 맛 똑같더니"
쿠크다스 폴바셋 에디션은 크라운제과가 지난 1월 말 선보인 신제품이다. 갓 로스팅한 폴바셋의 시그니처 블렌드 원두를 그대로 담아 커피 향과 맛이 진하다는 설명이다. 쿠크다스 폴바셋 에디션에는 폴바셋 시그니처 블렌드 분쇄원두 0.3%가 들어 있다.
문제는 크라운제과가 기존에 판매 중인 쿠크다스 커피다. 패키지는 다르지만 이 제품에도 폴바셋 에디션과 동일하게 폴바셋 시그니처 블렌드 분쇄 원두가 0.3% 들어 있다. 분쇄원두를 제외한 나머지 원재료 역시 폴바셋 에디션과 100% 일치한다. 동일한 레시피로 제조된 제품이라는 의미다.
다른 것은 패키지와 가격이다. 똑같이 폴바셋 원두가 들어 있지만 폴바셋 에디션에는 이를 의미하는 제품명과 폴바셋 로고가 들어가 있다. 가격도 다르다. 폴바셋 에디션이 소비자가격 기준 6000원인 반면 커피맛은 5500원이다. 실제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도 차이가 있었다.
크라운제과 역시 이를 인정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두 제품의 내용물(과자)은 동일한 것이 맞다"며 "폴바셋 에디션은 고급스러운 디자인 요소가 있어 이것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과자 포장만 바뀐 사연
두 쿠크다스 제품이 다른 길을 걷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크라운제과는 폴바셋 에디션 출시 전에도 커피맛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존 '쿠크다스 비엔나커피맛'에서 리뉴얼된, 커피분말이 0.2% 들어 있는 제품이다. 당시 사용했던 원두는 콜롬비아산 아라비카 원두였다.
하지만 올해 초 폴바셋 에디션을 출시하면서 기존 쿠크다스 커피맛도 원두를 폴바셋 시그니처 블렌드로 교체했다. 폴바셋 에디션 출시 전 출고된 쿠크다스 커피는 아라비카 원두가 들어 있지만 이후 제조된 제품들은 폴바셋 원두가 들어 있다.
최근 '가성비 과자'로 인기를 얻고 있는 PB 과자들의 경우엔 이런 '동일 내용물·다른 포장' 사례가 드물지 않다. 제조를 맡기는 채널에만 공급할 PB용 생산라인을 따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기존 생산라인에서 똑같이 과자를 만든 뒤 포장만 자사 브랜드와 PB용으로 나눠 공급하기도 한다.
중소 제조사의 경우 PB업체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 기존 자사 제품에서 주요 성분을 조절하기도 하지만 자체 생산량이 많은 대형 제조사는 기존 제품에서 패키지만 교체해 공정을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박스 갈아치기'라고 일컫는다.
"디자인·로열티 반영"VS"소비자에게 알려야"
다만 한 회사에서 나온 동일한 제품임에도 패키지 차이 때문에 가격을 달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비자 기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처럼 판매 채널이 다르거나 판매 주체가 다르다면 내용물이 같아도 가격이 다를 수 있지만 판매 주체와 채널이 동일한데 패키지만 바꾸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이를 인지한다면 패키지 가격을 더 내고 비싼 제품을 구매하겠나"라며 "회사 측도 패키지만 다른 동일 제품이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크라운제과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제조 공정의 효율화를 위해 기존 제품까지 레시피를 교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정판인 폴바셋 에디션과 기존 커피맛 제품을 동시에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은 레시피 차이 때문에 공정을 이원화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크라운제과는 기존 커피맛 제품의 경우 원가가 더 높은 폴바셋 원두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리미티드 제품인 만큼 패키지를 훨씬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며 "폴바셋 로고를 쓰는 만큼 폴바셋 측에 내는 로열티도 있어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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