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몰디브
결국, 이것이 결론이다.
몰디브니까.
●몰디브의 첫 번째 난제
몰디브가 다 같진 않다. 적도 부근, 인도양의 중심으로부터 871km에 걸쳐 뻗어 있는 1,192개의 섬이 전부 몰디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꿈이라던 그 몰디브를 단번에 찾을 확률은 0.083%.
몰디브의 1,192개의 섬 중 고급 리조트가 들어선 산호섬은 대략 100여 개. 보통 하나의 섬이 하나의 리조트라서 어느 고급 리조트든지 섬과 섬을 건너야만 닿을 수 있다. 그 방법이 수상비행기든, 보트든, 어쨌든 몰디브에서의 이동은 바다를 거치는 것이 첫 번째 규칙. 이것이 참으로 번거로울뿐더러 값비싸기까지 하다.
여행자는 고민하고 고뇌한다. '어디서 머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사실상 몰디브 여행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로맨틱한 몰디브 여행이란, 아마도 몰디브가 배경인 어느 럭셔리 리조트에서의 시간을 의미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몰디브에 대한 감상을 극과 극으로 가른다. 누군가는 천국이라는 반면, 누군가는 지독히도 따분한, 더군다나 비싸기만 한 곳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그럴 만도 하다. 몰디브는 섬이다. 걸을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모든 곳이 바다라는 뜻이다. 몰디브 바다는 왜 그리들 에메랄드빛을 찾는지 일깨워 줄 만큼 아름답다. 다만 바다가 아무리 아름다워 봐야 결국 몇 시간짜리 유희일 뿐. 여행은 그렇게 단순히만 시간을 소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몰디브의 바다를 '잘' 이용한, 이왕이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주는 곳으로 가야 한다. 휴양의 가치를 알고 있는 곳. 이왕 비쌀 거라면 적어도 내게 어울리는 여행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 그곳이 내겐 '아난타라 디구 몰디브 리조트(Anantara Dhigu Maldives Resort)'였다.
●여행의 시점을 앞당길 방법
몰디브는 인생에 단 한 번 고심할 법한 사치의 순간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가장 큰 단점이 비싼 것이고, 가장 큰 장점은 비싼 값을 하는 그런.
말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정확한 명칭은 벨레나 국제공항(Velana Internatinal Airport). 몰디브에 왔다, '정말 내가 몰디브에?'라니 싶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서니 금세 야외다. 한동안 에어컨에 익숙해진 안경이 뿌옇게 번졌고 몰디브 바다를 어슴푸레 훑었다. 꿈꾸던 열대 섬은 참으로 습하고 더웠다. 옷이 젖어 간다. 공항 입국장 앞으로는 꽤 큰 규모의 선착장이 보였다. 오른편 작은 만에서 수상기가 뜨고 내리니, 아마도 활주 공간인가 보다. 몰디브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었다. 비릿한 바다 내음, 매캐한 엔진 매연과 텁텁한 담배 연기. 오로지 바다만, 내가 생각했던 몰디브였다. 말레 국제공항은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Male) 바로 옆, 훌룰레(Huhule)섬에 위치한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택시를 잡고, 누군가는 짐을 질질 끌며 보트나 수상기에 오른다. 그 과정이 참으로 고되다. 이 고됨이 끝나야만 몰디브가 시작되는 것인데 말이다.
앞당길 방법이 있다. 공항에 라운지를 갖춘 리조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공항 입국장으로부터 열 발자국도 필요치 않은 거리, 아난타라 전용 라운지가 있다. 라운지에 들어서면 커피 한 잔 마실 동안 모든 프로세스가 해결된다. 바다만 보고 있으면 리조트 섬까지 모셔다준다. 휴양은 외적이든 내적이든 가벼워지는 것에 그 출발이 있고 여행은 미련으로부터 해방되어 현재에 머무는 순간에 출발이 있다.
공항에서 아난타라 디구 몰디브 리조트까진 보트로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아무래도 바다를 배로 건너는 일인지라 흔들리고 사방으로 물도 튄다. 옷도 젖고 해도 따갑다. 선크림 반통을 온몸에 덕지덕지 펴 바르면서도 기분 나쁠 게 없다. 자취를 돌아볼 필요도 없고 걱정도 없다. 오롯이 즐기겠다는 마음뿐이다. 몰디브에서 인생에 딱 한 번이라도 누리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토록 완벽한 안정과 여유였나 보다.
●Anantara Dhigu Maldives Resort
아난타라 디구
몰디브 리조트에 대하여
몰디브를 바로 알려면 '환초(Atoll)'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환초는 고리 모양으로 배열된 산호섬을 뜻한다. 둥근 모양의 산호섬의 집합체. 환초의 가운데는 얕은 초호가 형성되어 있다. 초호가 바로 라군(Lagoon), 몰디브 하면 떠오르는 그 바다색이 라군의 색이다. 몰디브는 총 26개의 환초로 구성된다. 그중 서쪽에 위치한 환초의 이름이 '라아 & 바아 환초'. '라아'는 윗부분, '바아'는 아랫부분. '바아 환초'에 아난타라 몰디브 리조트가 있다.
바아 환초는 몰디브의 환초 중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몰디브 최초로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깨끗하다. 돌고래, 바다거북, 만타가오리, 상어, 날짜만 잘 맞춘다면 찾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 바아 환초의 최적기는 6월부터 11월, 이는 몰디브 아난타라 리조트의 최적기이기도 하다.
다음은 리조트 이야기. 몰디브 산호섬에 자리한 럭셔리 리조트의 경우 보통 2개의 타입으로 나뉜다. '비치빌라'와 '워터빌라'. 비치빌라는 해변에 위치하고, 워터빌라는 라군 위에 위치한다.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하기엔 둘 다 좋다. 비치빌라는 야자수 사이로 해변을 바라볼 수 있고, 곧장 모래사장을 거닐 수 있다. 무엇보다 사방에 우거진 열대식물 때문에 프라이빗한 분위기다. 휴양지향적 선택이다. 워터빌라는 어디서든 라군을 바라볼 수 있고 빌라 내부에서 바로 바다로 향할 수 있다. 다만 비치빌라에 비해 빌라 간격이 좁은 편이다. 경험지향적 선택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몰디브 아난타라 이야기. 우선 크다. 몰디브에서 리조트가 '크다'는 것은 섬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 아니다. 리조트가 인근 여러 섬에 걸쳐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바다 이외에도 적은 이동만으로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재미가 다양하다는 뜻. '아난타라'라는 브랜드를 선택했다면 다음 단계로 4가지의 추가 선택지가 주어진다. 디구(Dhigu), 벨리(Veli), 날라두(Naladhu) 그리고 키하바(Kihavah). 디구는 가족 친화적이다. 키즈클럽을 갖췄다. 벨리는 주로 신혼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사랑이 넘친다. 날라두는 고즈넉한 동양풍 건축양식과 수준 높은 가드닝을 자랑한다. 프라이빗하다. 키하바는 럭셔리의 정점이다. 명품이다.
나는 디구를 택했다. 4개의 선택지 중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분위기도, 즐길거리도. 아난타라 디구는 레스토랑 선택지가 무려 4가지나 된다. 하나의 리조트에서 다채로운 맛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몰디브에서 엄청난 장점이다. 섬이니까.
●At the Dhigu
디구탐구생활
▷Activity
3분의 2를 위하여, 아쿠아 파나틱스
지구의 3분의 2는 바다다. 아쿠아 파나틱스는 3분의 2를 여행하기 위한 공간이다. 몰디브에서,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바아 환초 탐험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난타라 리조트 이용객이라면 아쿠아 파나틱스에서 패들보트, 구명조끼, 오리발, 스노클링 장비 등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도 제안한다. 단연 추천 프로그램은 너스샤크 투어.
너스샤크(Nurse Shark)는 수염상어라고도 불린다. 상어와 수영을 하려면 배를 타고 40분을 나가야 한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헬퍼가 바다에 참치 조각을 피딩한다. 곧 보트 주변이 온통 상어다. 굳이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득실거리는 게 보일 정도다. 어느 유원지의 다리에서 빵가루를 흩날리면 몰려드는 잉어 같기도 하다. 상어의 세상으로 몸을 담근다.
누가 정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너스샤크는 사람을 먹이로 인식하지 않는단다. 심성이 온순하기도 하고, 주기적인 피딩으로 길들였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상어를 방어 따위 물고기로 인식하며 수영을 하면 되는 것인데, 이게 바다에 들어가는 손님 입장에서 쉬운 일이겠나. 사람이 상어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상어가 사람을 구경하는 체험이다. 코앞에서 맴돌다 피부를 스친다. 상어의 피부는 태워 먹은 눈썹처럼 까슬하다. 참치토막이 상어의 이빨에 찢긴다. 이 바다의 이방인인 나와 토막 난 참치가 다를 건 무엇인가. 맛있는 것과 먹을 만한 것의 차이. 원초적인 고민이 무거워져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여기까지가 경험해 본 자의 엄살이다. 너스샤크는 얕은 곳에서 산다. 수심은 눈으로 바닥이 보일 정도고 상어는 사람을 신경도 안 쓴다. 바다에서 사람만 유난인 것이다.
▷Stay
자연에서 머물다, 선라이즈 비치 빌라
바다가 보이는 열대정원. 어스름한 하늘. 유려한 욕조에 걸쳐 있는 가운. 보드라운 베개의 감촉과 사각이는 이불. 파도 소리보다 가까운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에 깨는 아침. 몰디브의 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 곳, 선라이즈 비치 빌라.
아난타라 디구 비치 빌라는 2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선라이즈와 선셋. 이름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쪽에 자리한다. 워터빌라의 방점은 오로지 바다라는 점에서 시선이 편향적이다. 적어도 여행의 방점을 자연에 찍었다면 비치빌라가 정확한 선택이다. 자연은 숲, 바다, 하늘, 생물의 조화이기 때문이다.
빌라 크기는 162m2, 4인 가족이 지내도 충분할 법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2명이 제격이다. 방의 절반이 욕실이기 때문이다. 욕실은 뚜껑 있는 야외다. 사실상 프라이빗 테라스인 셈이다. 열대식물이 가드닝되어 있고 그 중앙에 욕조가 놓여 있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고 숨 쉴 수 있는 공간, 그것도 몰디브에서. 이것이 태초의 멋이다. 각 객실 앞에는 자전거 2대가 놓여 있다.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다. 비치빌라 단지의 길은 보드라운 모랫길이라 넘어져도 괜찮다. 넘어질 걱정도 없긴 하면서도.
▷Dining
아쿠아Aqua
가벼운 점심식사를 즐기기 좋다. 아쿠아는 디구 메인 풀장 바로 앞쪽에 위치한다. 피시 앤 칩스, 피자, 햄버거, 파스타 등등. 누구나 좋아할 법한 메뉴를 좋아할 법한 맛으로 내어 준다. 아쿠아 옆에는 수제 젤라또를 판매하는 작은 아이스크림 숍이 있다. 기가 막힌 맛이다. 바닐라, 오레오는 어디선가 맛본 맛일 테고, 코코넛 젤라또를 추천한다. 아이스크림은 풀보드 예약시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비싸지만 그 값을 한다.
씨. 파이어. 솔트 Sea. Fire. Salt
아난타라의 시그니처 레스토랑. 전 세계의 아난타라 리조트에서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 다만 몰디브의 바다를 갖춘 곳은 오로지 이곳뿐. 서프 앤 터프(Surf and Turf) 그릴드 다이닝이다. 서프 앤 터프는 해산물과 고기가 같이 나오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3코스로 구성된 식사를 제공한다. 추천 런치 메뉴는 새우 세비체와 관자. 애피타이저 구성이 좋다. 메인 코스는 스테이크, 참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당연하게도 베지테리언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디너 메뉴인 '서프 앤 터프'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고기는 전부 리조트 내에서 드라이에이징을 한다. 풍미가 폭발한다. 화룡점정은 크레이피시. 많이들 이것을 로브스터라고 착각하는데, 크레이피시와 로브스터는 엄연히 다르다. 로브스터는 거대한 집게가 있다. 크레이피시는 집게가 정말 작거나 거의 없다. 맛은 비슷하지만 로브스터에 비해 크레이피시의 육질이 부드러운 편이다. 모르고 먹어도 맛있다.
푸시 카페 Fush Cafe
아난타라 디구의 조식당. 완벽한 구성이다.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 섹션을 냉방이 가능한 실내에 몰아넣었다. 반면 좌석은 전부 야외석이다. 음식이 워낙 다채롭게 준비되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시안 푸드가 유독 맛있다. 이를테면 커리, 난, 삼발소스 볶음면 같은 메뉴들. 가끔은 김치죽도 나온다. 저녁에는 뷔페가 열린다. 티라미수가 예술이다.
반 후라 Baan Huraa
반 후라는 아난타라 날라두에 위치한다. 디구에서 보트로 약 5분 거리. 타이레스토랑이다. 날라두 지역은 돌산호 지역이라 디구와는 바다의 느낌이 또 다르다. 디구는 오로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바다고 날라두는 생명력을 추구하는 바다다. 돌산호 사이로 다양한 물고기를 찾아볼 수 있다. 반 후라 레스토랑의 한가운데, 돌산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가 있다. 심심치 않게 모래상어도 발견된다. 아난타라의 뿌리가 태국에 있으니 맛은 굳이 설명치 않아도 될 것 같다. 팟타이, 팟 끄라파오 무쌉, 쏨땀, 어떤 메뉴든 준수하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Anantara Dhigu Maldives Res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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