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부담에...”카드사, 대출 우대금리부터 줄였다

전선형 2022. 11.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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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채 AA+, AA0 연초대비 4%p 상승
우리ㆍ하나ㆍ현대카드, 제로 우대금리
평균 카드론금리 상단도 14% 넘겨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자영업자 A씨는 최근 가계 운영자금이 급하게 필요해 카드론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카드론으로 급한 자금을 해결한 경험이 있었던 A씨는 이번에도 1000만원 정도는 무리 없이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알아본 카드론 한도는 700만원 수준이었고, 금리도 15%대로 높았다. 연초만 해도 10%대 초반 금리에 1000만원은 거뜬히 받을 수 있었는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A씨는 “과거에는 카드론 금리를 할인해 준다는 문자가 매달 왔었는데, 생각해보니 최근엔 이마저도 안온다”면서 “금액도 금액이지만, 카드론 금리가 이렇게 높은 수준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의 할인 금리인 조정금리(우대금리+특판할인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카드론 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9월 기준 평균 카드론 금리는 12.02~14.42%에 달한다. 카드사 주 자금조달 창구인 채권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살림이 빠듯해지자 카드사들이 조정금리 폭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ㆍKB국민·현대·롯데ㆍ우리·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지난 9월 기준 카드론 평균 조정금리는 0.04~2.31%로 집계됐다. 직전 달과 비교해 하단은 0.64%포인트, 상단은 0.14%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카드사들이 조정금리를 대폭 지원했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하단은 무려 0.74%포인트, 상단은 0.62%가 줄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특히 우리·하나·현대카드의 9월 평균 조정금리는 0%대 수준으로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이 중 우리카드는 0.04%로 전달과 비교해 0.78%포인트 줄이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롯데카드가 1.11%로 전달대비 0.52%포인트를 깎았고, KB국민카드도 전달대비 0.3%를 줄였다.

보통 카드론 우대금리는 고객 개인별 맞춤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드레스숍, 가전제품 등 최근 결혼과 관련된 카드지출이 많은 고객의 경우 카드사가 신혼부부로 판단해 카드론 이용 문자를 선별해 보낸다. 그러나 최근 카드사들은 카드론 프로모션 대상자를 줄이고, 우대금리 수준도 낮췄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조달금리 영향이다. 카드사는 주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채권시장의 금리가 급격하게 뛰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치솟았고, 강원도 레고랜드 PF ABCP 사태까지 터지면서 채권시장이 급격히 경색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카드사들은 주로 여전채 AA+와 AA0 등급을 취급하고 있는데, 2일 민평평균으로 여전채 AA+ 금리는 5.920%, AA0 금리는 6.007%였다. 특히 2%대 수준이었던 연초와 비교해서는 각각 3.5%포인트 3.55%포인트가 상승했다. 더군다나 국내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여전채 인기도 떨어졌다. 지난달 신용등급 ‘AA0’ 현대카드는 1000억원 규모의 여전채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모집 물량이 800억원에 그치며 미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조달금리로 산정한 기준가격은 오르고 우대금리는 낮아지면서 카드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상황이다. 채권금리가 계속 오르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정해진 상황에서 카드사들도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당장 7%, 8%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카드론의 경우 마케팅, 인건비 등 비용을 합하게 되면 현재 취급하는 금리도 사실상 마진없이 주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또 “더구나 카드론은 다중채무자들이 많다는 점 때문에 연체 등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미 고신용자 타깃으로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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