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착륙하나]③'돈맥경화' 건설사 현금 여력은?

나원식, 송재민 2022. 11.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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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대형사 1조~3조원 '넉넉'
'반토막' 난 롯데 결국 자금 수혈…중소건설사 '불안'
미분양 느는데 PF 부실화 우려로 자금도 안 돌아

부동산 시장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앞으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 확산하고 있다. 대형사들의 경우 비교적 탄탄한 재무구조와 여유 있는 현금 확보로 우려가 크지 않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자칫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할 경우 과거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던 악몽이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금보유, 1조~3조원부터 1천~2천억 수준도

주요 건설사들의 최근 사업보고서(연결재무제표 기준)를 살펴보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은 대체로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2조 874억원과 3조 965억원으로 넉넉한 편이다. 1년 전보다 각각 16.1%, 8.1% 감소하긴 했지만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크다는 점에서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DL이앤씨(1조 8612억원)와, GS건설(2조7345억원), 대우건설(1조 1222억원) 등도 마찬가지다. GS건설의 경우 1년 전보다 현금을 19.2%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그룹 계열사에서 7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아 주목받았던 롯데건설의 경우 올해 2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5950억원가량에 그쳤다. 1년 전 1조 746억원보다 절반 가까이(43.6%) 줄어든 규모다.

특히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별도 기준으로 -1531억원을 기록해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롯데건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에도 -2182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10위권 내 건설사 중에서는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보유 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지난해 2분기 4360억원을 기록했다가 올해 2분기에는 5563억원으로 현금을 늘렸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수년간 5000억~6000억원 수준의 현금 보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한화건설(3766억원)과 금호건설(2644억원)의 경우 시공능력평가는 10위권 대로 높은 편인데 보유 현금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건설은 지난 2020년 말까지만 해도 현금이 1조 2269억원으로 넉넉한 편이었지만 지난해 말 7761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말에는 3000억원대로 급격히 줄었다. 다만 최근 한화에 합병돼 '㈜한화 건설부문'으로 새 출발하면서 '한화' 우산 아래로 들어가게 됐다.

금호건설은 현금성 자산이 연말 기준으로 지난 2019년 777억원, 2020년 1055억원, 2021년 2156억원으로 그나마 여유가 없던 현금 규모를 키워가는 중에 있다.

중견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6964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중흥토건 정도를 제외하면 5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흥의 경우 그룹 계열사인 중흥건설(1337억원) 등을 고려하면 현금 여력은 넉넉한 편이다.

이밖에 호반건설의 경우 전년 말 4167억원에서 지난해 말 2526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같은 그룹의 호반산업은 3509억원에서 3478억원으로 늘었다. 우미건설은 같은 기간 1365억원에서 597억원으로 절반 이상(56.3%) 줄었다. 대신 전년 말에는 없던 단기금융상품을 304억원이 더해졌다.

반도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보유 현금이 전년 말(413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적은 편이다. 같은 그룹 지주사인 반도홀딩스(1628억원) 연결 기준으로 보면 가용현금은 다소 늘어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소 건설사, 사업성 악화에 '돈맥경화'…악화일로

건설사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침체하는 데다가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인한 자금 경색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에 대응한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정권 부동산 호황에 기대 사업을 확대하면서 PF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바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도 늘어났는데, 최근 채권 시장이 빠르게 경색하면서 자체 보유 현금으로 만기 상환을 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는 탓이다. 

국내 부동산PF대출 잔액(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019년 71조 8000억원에서 지난해 101조 9000억원, 올해 6월 말 112조 200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대출 연체율의 경우 지난해 말 0.18%에서 올해 6월 말 0.5%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최근 시장의 우려를 샀던 롯데건설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가 4조 3000억원가량으로 다른 건설사보다 많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태영건설(2조3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2조원) 순이었다.

가뜩이나 사업성 악화로 분양 및 착공이 지연되거나 미분양이 늘면서 현금 유입이 어려워진 상황이라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 1604가구로 전달보다 27.1%나 늘었다. 지난해 말 1만 7710가구에서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IS실 실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택경기 호황에는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지만 향후에는 이와 관련된 리스크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전체 규모뿐 아니라 각각의 프로젝트별 사업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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