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본사 채용 동결”···“연준, 침체와도 인하 머뭇댈 수 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0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전날 있었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폭풍에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73%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06%, 0.46% 떨어졌는데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월부터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내년에도 계속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급격히 퍼진 결과입니다. 되짚어 보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많이 안 떨어져도 12월에 0.5%포인트(p) 단행 가능 △단, 최종금리는 상승 △인상중단도 당분간 없으며 높은 수준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다고 한 건데요.
이날도 시장의 관심은 금리였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4.2%를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2년 물은 2007년 이후 최고치인 4.75%까지 치솟기도 했죠.
미국의 최종금리(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가 더 높을 수 있다는 생각에 파운드화 약세가 겹치면서 달러인덱스도 113.1대까지 올랐습니다. 앞서 영란은행(BOE)는 33년 만에 금리를 0.75%p 인상했는데 최종금리는 더 낮을 것이라고 했죠. 오늘은 FOMC 하루 뒤인 만큼 11월 회의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과 최종금리 전망, 증시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이날 새로 나온 FOMC 평가부터 살펴보죠.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이날 “파월이 하려고 했던 것은 성공했다. 금융시장을 계속 타이트하게 했고 시장이 갑자기 희망을 갖게 하지 않았다”며 “전례 없는 네번의 0.75%p 인상과 통화정책의 시차를 고려하면 인상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정확히 얼마나 많이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그는 “연준은 시장 생각보다 높은 금리를 더 오래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월가는 어제부터 더 높은 최종금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는데요.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지만 현재 대체적인 분위기는 5.25% 안팎 정도입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이 보는 최종금리는 5.15% 수준으로 내년 6월이 정점이라고 하는데요. 그 전에는 4.88% 정도였죠. 가르기 차우두리 블랙록 헤드는 “시장이 5% 이상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개인적으로는 4.8~5.0%, 많으면 5.2% 정도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더 높게 보는 이들도 있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후3시57분 현재 내년 3월 기준금리가 최소 5% 이상일 확률이 72.7%이고, 5월에는 최소 5.25% 이상도 43.9%에 이릅니다. 내년 6월 5.5%를 돌파한다는 데 거는 이들도 11.7%인데요. 시장도 연준이 내년에도 0.25%p씩 계속해서 베이비 스텝을 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6% 선을 넘어 7~8%까지 계속 나간다는 예측은 극히 드문데요. 내년 6월에 정책금리가 5.75~6.00% 가능성이 0.5%죠. 그 뒤로는 더 내려갑니다. 앞서 설명드린 레피니티브 자료를 봐도 내년 6월 정점을 찍고 2024년 1월에는 4.88%로 금리가 내려오는 거로 나오는데요. 올라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겁니다. 내년 1분기, 즉 3월 안팎에 1차 분기점이 찾아올 가능성도 남아 있죠.
다만, 이 부분은 전적으로 데이터에 달려 있지요.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전망치는 언제든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연준 스스로도 어디까지 가야하는지 모른다는 게 진실에 더 가까운데요. 정확히 모른다, 여기에 리스크와 변동성이 남아 있는 겁니다. 크리슈나 메마니 라파예트 칼리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준금리를 얼마나 높이,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할지는 데이터가 정할 것”이라고 했지요. 현재로서는 6% 이상 무한대로 오르는 건 아니지만 더 높아질 가능성(상방위험)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습니다.
이날 시장에서 나온 또 하나의 걱정은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연준이 물가 때문에 금리인하를 할지 머뭇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네타 마르코우스카 제프리스이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3분기부터 침체가 올 수 있는데 처음에는 약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반면 연준은 (고물가에 침체가 와도) 금리인하를 주저할 수 있으며 이것이 더 깊은 침체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요.
데이터 얘기를 더 하면, 앞으로 나올 수치가 썩 좋지는 않습니다. 내일(4일) 나올 10월 고용보고서의 경우 낮12시30분 기준 블룸버그통신 집계치가 19만8000개 증가로 나오는데요. 최고 30만, 최저 8만입니다. 실업률은 3.6%로 9월(3.5%)보다는 높아질 수 있지만 여전히 절대 숫자가 너무 낮습니다.
다우존스 집계치는 더 강한데요. 일자리 증가 20만5000개에 실업률이 3.5%에 불과합니다. 블룸버그는 “10월 고용이 20만 명가량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다고 보는 수준인 10만 명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는데요.
아마존이 이날 본사 채용중단, 스트라이프와 리프트가 각각 14%, 13%의 감원을 발표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베스 갈레티 아마존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심상치 않은 거시경제 환경에 직면했다”며 “채용과 투자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둔화가 전반적으로 퍼져 실제 의미있는 수치가 나타나는 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날 나온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전주보다 1000건 감소한 21만7000건인데요. 예상치 22만 건보다 낮습니다. 아직 노동시장이 강할 때 인플레이션이 내려와야 할텐데 물가가 만만치 않지요.
10일에 나올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상치를 보면 실제 그렇습니다. 아직 예상기관 수가 7개 정도로 많진 않지만 10월 CPI는 전년 대비 8.0%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월(8.2%)보다는 다소 낮아지지만 여전히 8%대를 유지하는 건데요.
전월 수치는 되레 오르는 것으로 나옵니다. 10월 CPI는 한 달 전과 비교해 0.7% 상승, 9월(0.4%)보다 높아지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도 애매합니다. 전년 대비 6.6%로 9월 수치와 같고 전월로는 0.5% 증가해 한 달 전보다 0.1%p 정도만 줄어드는 거로 나오는데요. 전망치대로만 나온다고 해도 큰 진전은 없어 보이는데 실제 수치가 예상보다도 높으면 또 한번 시장이 실망하게 되겠죠.
결국 어제의 파월의 발언과 계속 올라가는 기준금리, 강한 고용시장, 그리고 확 꺾이지 않는 물가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입니다. 중요한 건 그동안은 그래도 얕거나 약한 침체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깊은 침체를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마크 린드블룸 웨스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에 완만한 침체가 오는 것이지만 연준이 과잉긴축을 하면서 깊은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매튜 루체티 도이체방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그는 “연준이 최종금리를 올려야 할수록 내년에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강하게 만든다”며 “이는 침체가 더 깊어질 수 있는 위험도 키운다”고 강조했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샘 젤은 CNBC에 “우리는 침체를 맞을 것 같다”고 했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말했듯,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실업률을 6%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는데요.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연준이 향후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목표치(2%)로 되돌리려면 실업률이 최소 6%까지 상승해야 한다”며 “현재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 뿐만 아니라 생산성 저하로 촉진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든 교수의 생각처럼 생산성 저하는 상대적으로 임금을 더 많이 받는 결과를 낳게 되죠. 3분기 미국의 비농업 부문 노동생산성이 전분기 대비 연환산 기준 0.3%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0.4%)보다 낮았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1.4%입니다. 2분기 수치 -4.1%는 그대로 유지됐죠.
전반적으로 생산성에 문제가 있는 뜻인데요. ‘낮은 생산성=더 높은 임금’을 뜻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긴축의 필요성을 높입니다.
기본적으로 비관적인, 하지만 월가에서 가장 먼저 침체 얘기를 꺼냈던 노무라증권도 미국의 침체가 처음에 생각했던 거보다 더 깊어질 것으로 보는데요. 노무라는 미국의 실업률이 2024년에 6.4%까지 치솟는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부드러운 침체(mild recession) 얘기는 사라질 것”이라는 거죠.
이와 관련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참고할 만한 발언을 하나 했습니다. 그는 이날 “완만한 침체(mild recession)가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는 없다”고 했지요. 유럽 기준이고 유럽은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 수준인 데다 경기침체를 코 앞에 두고 있어 미국과 직접 비교가 어렵지만,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계속 끈적끈적하면 침체가 찾아왔다고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레 급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지속돼야 한다는 말로도 읽히는데요.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고물가)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소비도 조금씩 둔화하는 모양새인데요.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올해 연휴 시즌(11~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6~8%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는 지난해 증가치 14.1%보다 낮은데요. 연휴 시즌 장난감 회사를 포함한 광고주들의 광고지출 감소를 전망한 미국 최대 스트리밍 하드웨어 업체 로쿠도 이날 주가가 4.57% 빠졌습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0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4.4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죠. 서비스업 고용은 여전하지만 업황은 조금씩 나빠지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시장 상황을 보겠습니다. 증시만 놓고 보면, 지속적 랠리의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CIO는 “연준은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과 함께 내년 1분기까지 긴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까지 경제성장은 계속 둔화할 것이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긴축이 계속되는 동안 스트레스에 취약할 것이다. 지속적인 주가 반등을 위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연말에 투자할 생각이 있었다면 재고하는 게 좋겠다는 말도 있는데요. 마이크 저플루 에버코어 ISI의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만약 당신이 연말까지 추가로 돈을 투입하는데 흥분해있다면 파월이 여러 번 우리는 갈 길이 있다고 여러 번 말한 것을 상기하는 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만큼 변동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주요 고용과 물가지표가 나올 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뮤추얼의 스콧 런델 CIO는 “시장이 약간이라도 비둘기파적인 희망을 얻으려고 할 때마다 연준은 신문지를 돌돌말아 코를 후려친다”며 “앞으로도 많은 변동성이 남아있다”고 했죠.
반면 기회를 보는 이들도 있긴 합니다. 리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인 조쉬 브라운은 “S&P500이 연말에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하면서도 “연말은 역사적으로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이며 다음 주 있을 중간선거 이후의 기간도 긍정적”이라고 봤습니다.
채권시장은 금리상승에 희비가 갈리는데요.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은 이날 “채권이 현재 매력적”이라며 “채권이 주식보다 훨씬 좋다. 연 8%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약 4%이고, 위험도가 큰 채권은 12% 정도이므로 채권 포트폴리오를 꾸리면 약 8%의 이자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신규 투자자 입장으로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기존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채권시장은 제1의 적을 연준으로 보고 있다”고 했는데요.
어쨌든 증시 입장에서는 내일 나올 10월 고용보고서가 중요하겠습니다. 11월 FOMC 이후의 약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노동시장 둔화 신호를 읽을 수 있을지가 달려있는데요. 3.5~3.6%의 실업률로는 갈 길이 멀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10월 고용보고서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다른 기사나 방송과는 차별되는 분석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유튜브 채널 ‘어썸머니’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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