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 부리는 깡통 전세…보증금 지키는 방법[최광석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법으로 읽는 부동산]
갭 투자 전세 사기 사건이 연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갭 투자 전세 사기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매되더라도 임대차 보증금 반환에 충분할 수 있는 임대차 목적물을 선택하는 것이고 가치에 미달하는 목적물을 임대차하는 순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이런 주택을 임대차 계약한 이후 무자력한 사람 앞으로 소유권이 변동되면 해결은 더더욱 어렵다. 이전 등기에 따른 세금 부담은 물론 소정의 명의 대여료까지 부담하면서까지 무자력한 사람 앞으로 명의 변경되는 것이 현실인데, 그 이유는 바로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라는 법리를 악용해 합법적 방법으로 기존 임대인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기존 임대인에게는 보증금 반환 자력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자력이 없다면 굳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까지 타인 앞으로 명의 이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자력자들에겐 앞으로 소유권 변경에도 불구하고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는 ‘중도 해지’ 법리가 세입자를 위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는 이렇다.
대법원은 “대항력 있는 주택 임대차에 있어 기간 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에 의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되므로 이런 상태에서 임차 목적물인 부동산이 양도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양수인에게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된다”도 했다.
또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 반환 채무는 소멸하는 것이지만,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 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 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대항력 있는 임대차라고 하더라도 임차인 보호를 위해 예외적으로 임차인이 임차 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당연 승계라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임대차로 거주하는 동안에 적어도 1~2개월에 한 번 정도씩 주기적으로 등기부를 열람하면서 집주인의 변경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가 갭 투자로 의심되면 즉시 기존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면서 보증금 반환을 요청한 후 그 사람의 재산을 찾아 가압류 조치를 하는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한편 판례상 임차인의 이의 제기는 임차 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 이뤄질 필요가 있는데 양도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언제인지, 상당한 기간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등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이 점에 관해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선고돼 소개한다.
이 사건은 임차인 이의 제기 시점이 임차 주택 양도로부터 무려 1년이 지난 이후였고 임대차 계약 당시 다음과 같은 특약이 있어 종전 소유자를 상대로 한 임차인의 보증금 청구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 1심에서 임차인이 승소했다.
임대차 보증금을 면탈할 의도 없이 순수하게 양도했고 임대차 특약에서 다소 모호하게나마 소유자 변경 가능성이 언급됐으며 매도 후 1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런 소송을 제기 받은 점 외에도 판결 이유에서 언급한 임대차 보증금 잔금 기일에 매도 사실을 고지하지 못한 점 역시 실제로는 당시에 중개업자를 통해 매매 사실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진실이라는 임대인의 주장을 종합하면 임대인이 억울할 수 있는 재판 결과였다.
최근 불거진 갭 투자 전세 사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 판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되는데 유사한 처지에 있는 임차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사안일 수 있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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