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위한 탄소 중립 이행 5단계

2022. 1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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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관리 A to Z ① 중소기업과 탄소 중립

[ESG 리뷰]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전 세계 인류의 삶이 크게 위협받고 있고 한국 또한 가뭄과 집중 호우, 지속되는 대형 산불로 인해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보고 있다. 국제탄소기구(GCP)에서 발간한 글로벌 탄소 예산(Global Carbon Budget, 2020)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는 생태계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동일한 양을 흡수할 수 있는 자정 능력을 갖췄지만 인간의 급격한 경제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자연의 자정 능력을 초과하면서 지금의 기후 변화 문제가 초래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사회·환경 분야를 막론하고 핵심 어젠다가 되고 있는 탄소 중립에는 이러한 인류의 고민과 해결 의지가 담겨 있다.

탄소 중립, 넷 제로, 탄소 중립화, 탄소 제로, 순배출 넷 제로는 모두 같은 의미인데 대기로 배출 또는 누출되는 온실가스에서 제거 또는 흡수되는 온실가스를 제외한 양, 즉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지구가 본래 갖고 있던 자정 능력을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 개념이 되고 있는 탄소 중립은 지금까지 기후 변화 대응 노력과는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과 기술·시스템·전문가가 요구된다. 즉 탄소 중립은 기업에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경제 시스템이다. 

탄소 중립에서 중소기업이 중요한 이유 

2021년 시행된 파리협약에 따라 130개 이상의 국가가 유엔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 National Defence Contribution)를 제출한 가운데 기업 차원에서도 탄소 중립 선언과 이행 활동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인 SBTi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 3563개 기업이 이니셔티브에 가입했고 그중 1660개(65%) 기업이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단순한 참여에 그치지 않고 탄소 중립에 대한 구체적 실행이 전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목표에 협력 업체의 탄소 중립 목표가 포함된다는 것은 수출 산업 의존도 높은 한국 산업계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글로벌 기업은 왜 그들의 직접적 탄소 배출뿐만 아니라 협력 업체를 포함한 간접적 탄소 배출까지 중립화하는 도전적 목표를 수립한 것일까.

2021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변과 함께 향후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주요 품목에 적용되는 기후 관세로, 제품에 대한 탄소 배출량 정보를 필요로 하며 기준치 이상의 배출량에 대해 EU ETS 탄소 배출권 가격이 적용된 세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즉 탄소 집약도가 높은 제품은 원가 부담이 증가해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키게 된다. 특히 2022년 6월 확정된 EU 의회 상정안에는 철강 제품 외 유기화학과 플라스틱 등의 품목이 추가됐을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량 산정 범위에 전기, 즉 간접 배출이 포함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의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2021년 1월 주요 제품군별 탄소 발자국 기준치를 제정하고 그해 7월부터 적용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청정 구매법과 미국 증권거래소(SEC)의 탄소 배출량 정보 공시 의무화 또한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 협력 업체의 탄소 배출량 관리와 저감 요구가 전제돼 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 중립은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다. 특히 투자자 관리, 제품 혁신, 신규 사업 개발에서는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 또한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탄소 중립 선언과 동시에 협력 업체에 대한 탄소 배출 관리와 탄소 중립 목표 설정, 저감 활동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기후 변화 문제를 기업의 전략 요소로 준비해 온 해외 기업과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탄소 중립 요구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거래처로부터 탄소 중립 활동을 요구받는 중소 협력 업체들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과 대응 역량의 한계로 인해 많은 혼란과 업무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탄소 중립을 먼 미래에 대한 선언적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고객·투자자·소비자·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탄소 중립 요구에 따른 위험과 기회 요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지자체·협회 단위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지원과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술과 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탄소 중립 요구 전사적 이슈로 통합 관리

기업의 탄소 중립 이행은 온실가스 인벤토리(배출원과 배출량 목록) 구축 단계, 탄소 중립 목표 설정, 이행 단계로 구분되는데 이 글에서는 기업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5단계를 제시한다. 

탄소 중립에 접근하기 위한 첫째 단계는 기업의 내·외부 이해관계인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다. 재무·전략기획·생산·영업·구매·마케팅 등 각 부서마다 다양한 이해관계인으로부터 탄소 중립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지만 기업 내부에서 통합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규 조직이 아니더라도 위원회 또는 태스크포스팀 형태의 조직 운영을 통해 전사적 이슈로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단계는 기업 소유의 사업장과 건물·차량 등에 대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인벤토리 구축 방법은 사실상 표준화된 영역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세계자원연구소(WRI),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 같은 국제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고 한국 제도권에서 활용되는 지침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산정 툴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인벤토리 구축을 통해 기업은 온실가스·재생에너지 관련 정책과 시장의 요구에 대한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단계는 사업장, 즉 총량 단위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 단위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제품 원가 관리 체계와 매우 유사해 에너지·탄소 관련 비용을 직접비로 정의하고 원가 배분 기준에 따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제품·서비스 단위로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다양한 기준(ISO-14040s, 14067, PAS 2050, 환경성적표지인증제도 등)이 개발돼 정보 요구 대상과 활용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제품 단위 탄소 관리는 특히 협력 업체에는 매우 중요한 활동으로 거래처의 탄소 정보 요구 대응과 인증, 저탄소 마케팅 연계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넷째 단계는 탄소 중립 목표 설정과 이행 단계로,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의사 결정은 그만큼 어렵고 기술적인 한계 또한 존재한다. 최근 탄소 중립 목표 설정과 이행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다양하게 출범하고 있는데, 기업의 기후 리스크와 기회, 이해관계인 요구 수준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탄소 배출 관리와 정보 활용 부분은 탄소 중립이라는 장기 목표를 이행하는 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 자본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일시적 대응과 투자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어 기후 변화 대응 조직의 구성과 거버넌스 확립을 통한 전사적·상시적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각 단계에 대한 세부적 접근 방법과 활용 가능한 지침, 툴 그리고 사례 등은 다음 글에서 살펴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1405호와 국내 유일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ESG 정보는 ‘한경ESG’를 참고하세요.)


고순현 에코앤파트너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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