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공장 멈추는 석유화학社… 내년까지 부진 전망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일부 기업은 예정된 공장 정기보수 기간을 일부러 늘려 가동 중단 상황을 연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산업의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프타(납사) 등을 원재료로 사용해 에틸렌,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올해 초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나프타 구입 비용도 덩달아 급등했다.
여기에 최근 환율도 크게 오르며 나프타의 6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졌다.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제품 판매 가격과 연동되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제품 수요가 줄면서 가격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황 부진이 지속되자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NCC(나프타분해설비) 정기보수 기간을 늘리며 공장 가동 중단 상황을 연장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지난 9월 말부터 시작된 전남 여수 공장의 정기대보수 기간을 평소의 1.5배 수준인 약 60일로 늘려 오는 12월 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NCC 정기대보수는 통상 3~4년에 한 번씩 40일간 진행되고, 이 기간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다.
대한유화 역시 지난 9월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총 52일간 정기보수를 위해 사업장 전체 생산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 여천NCC도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대표 제품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의 가격 차이) 손익분기점은 통상 톤당 300달러인데, 지금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1분기 평균 톤당 226달러, 2분기 288달러, 3분기 184달러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업황 부진은 3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에 연결기준 90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23.9% 늘었지만, 석유화학 부문만 보면 영업이익이 9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869억원) 대비 91% 급감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3분기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119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55% 줄었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역시 실적이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 10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든 27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전망도 부정적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2023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23.9%를 기록했고 올해는 20%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10% 역성장할 전망이다.
기업들도 당분간 석유화학 분야의 업황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석유정제 및 화학 업종의 올해 월별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지난 1월(90)부터 11월(82.8)까지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숫자로 표현한 값이다. BSI가 100보다 높을 때 해당 산업의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LG화학은 지난달 31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시황의 대표 지표인 에틸렌 공장 가동률은 80% 수준으로 가동 비율에 하향 조정이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은 4분기 및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시황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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