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ASF 살처분 그 후

이규희 2022. 11. 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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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에서 열린 양돈세미나.

2010년 구제역(FMD)으로, 2019년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두차례 예방적 살처분을 겪었지만 치밀한 노력으로 재기를 노리는 경기 연천의 오명준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살처분 이후 겪은 경영 위기, 재입식을 위한 준비 과정을 회고하는 그의 어조는 담담했지만 악몽 같은 시간을 지나온 당사자의 아픔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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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에서 열린 양돈세미나. 한 양돈농가의 사례발표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2010년 구제역(FMD)으로, 2019년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두차례 예방적 살처분을 겪었지만 치밀한 노력으로 재기를 노리는 경기 연천의 오명준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2019년 9월 국내 첫 ASF가 발생해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자 정부는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과 수매 조치를 단행했다. 오씨 역시 그해 11월 돼지 1만2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돈사가 비자 지출만 쌓이는 상황이 지속됐다. 피를 말리는 자금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입식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8대 방역시설 설치와 재입식 점검평가 등을 거쳐 살처분 후 1년 만인 2020년 11월에야 후보돈을 도입했고 그로부터 1년 후 출하를 재개했지만 출하 정상화와 경영 안정까지는 약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살처분 이후 겪은 경영 위기, 재입식을 위한 준비 과정을 회고하는 그의 어조는 담담했지만 악몽 같은 시간을 지나온 당사자의 아픔이 묻어났다.

“이런 일을 또 겪을 수는 없습니다. 만일 세번까지 (돼지를) 묻게 되면 다시 재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이미 품었습니다. 살처분 후 농장을 일으키기까지 5년 정도 걸리는데 제가 아직 젊지만 그런 일을 또 겪게 된다면 더이상 양돈업을 이어가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ASF가 국내에 상륙한 지 3년이 넘었고 역학관계와 질병 전파에 대한 이해도도 축적됐다. 단순히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살처분 조치가 ASF 바이러스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경험으로 확인됐고 방역당국은 일괄적 살처분 대신 ASF 발생농장 반경 500m 내 농장이라도 전문 평가반의 위험도 평가 등을 거쳐 살처분 범위를 축소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세우는 등 과오 바로잡기에 나섰다.

이같은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충분치는 않다. 우선 살처분 범위 축소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 고시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재입식까지 수입이 없는 살처분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행 보상금 감액 방식 또한 재고해볼 때다. 현재 가축전염병에 대한 보상금은 살처분 당시의 시세로 지급하되 법정 방역시설 미비, 방역수칙 미준수 등이 적발될 경우 건별 일정 비율(5∼80%)을 감액한다. 하지만 통상 시세가 수억원에 이르는 만큼 5%의 삭감만으로도 농가는 수천만원의 재산 손실을 입게 된다. 30여개에 이르는 감액 기준 항목을 손보고 감액 대신 과태료 부과 등 대안을 마련해 살처분 농가의 재건 의지를 북돋을 수는 없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이규희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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