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량 방출로 배추값 곤두박질…“폭락 조장” 분통

이민우 2022. 11. 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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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들어 가격 하락추세 뚜렷
위험단계 아닌데 물량 쏟아내
매뉴얼 어긋난 수급정책 ‘비판’
가을배추 수매후 바로 시장에
출하농가 “생산비도 못건질판”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가 서울 가락시장에 배추 수매물량을 방출해 배추값 폭락을 조장했다는 불만이 출하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사진은 가락시장에서 배추 경매를 위해 하차하는 모습.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값이 한망에 5000원대로 내려앉은 가운데 정부가 수매물량을 방출해 의도적으로 배추값 폭락을 조장했다는 불만이 출하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출하자들은 10월 들어 배추값이 하락하는 추세였는데도 정부가 폭락을 부채질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는 배추값 강세로 인한 통상적인 절차였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10㎏ 상품 한망당 평균 5509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평균 경락값 9819원보다 43.9%, 평년 11월 평균 경락값 6672원보다 17.4% 낮은 값이다.

배추값은 고랭지배추 작황 악화 영향으로 9월 10㎏ 한망당 평균 2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10월 들어 하락 추세를 보였고 급기야 10월말에는 6000원대로 주저앉으며 10월 평년값(7152원) 대비 약세를 기록했다.

출하자들은 10월부터 준고랭지 2기작과 가을배추 일부가 출하돼 배추값이 하락 추세를 보였음에도 정부가 수매물량을 방출해 폭락이 가속화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실제 10월3일 가락시장 배추값은 10㎏ 상품 한망당 2만4334원을 기록했으나 8일에는 1만2389원, 14일에는 9354원까지 떨어지며 뚜렷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배추값이 연착륙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17일 200t을 시작으로 수매물량을 방출해 배추값이 생산원가 밑으로 급격히 떨어졌다는 게 출하자들의 시각이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에 따르면 10월17∼31일 가락시장에 출하된 정부의 배추 수매물량은 2090t이다. 같은 기간 가락시장 배추 전체 반입량이 7080t이었던 걸 고려하면 정부 물량이 3분의 1가량 차지했던 셈이다.

정부의 수매물량이 처음 출하된 17일 배추값은 8111원을 기록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6일에는 7837원, 31일에는 6599원까지 급락했다. 한유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전남 해남지역 가을배추 생산원가는 각종 원자재비 상승 영향으로 10㎏ 한망당 7494원에 달했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10월 상순 가격 흐름을 보면 배추 출하량이 증가하며 하락 추세가 뚜렷했고 10월말이면 배추값이 자연스럽게 평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 명확한 상황이었다”며 “물량 방출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굳이 정부가 수매물량을 방출해 배추값을 생산원가 밑으로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출하자들은 정부가 수급정책을 추진하며 수급조절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급조절매뉴얼에 따르면 10월 위험단계별 배추가격은 상승 심각단계 1만5888원, 상승 경계단계 1만1580원이다.

이 사무총장은 “10월14일부터 배추가격이 9000원대를 기록하며 위험단계를 벗어났는데 17일부터 하루에 100∼200t씩 쏟아부으며 가격 하락을 유도한 것”이라며 “올해 생산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출하자 의견은 무시된 채 일방적인 수급정책이 시행돼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정원 전남 해남 화원농협 조합장도 “올해 정부로부터 가을·겨울 배추 계약재배물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와 해남지역에선 배추 심기 운동까지 벌어졌다”며 “기껏 농가들이 수급안정을 위해 재배를 늘리고 가을배추 수확에 들어갔는데 정부가 가격을 떨어뜨리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수의계약을 통해 산지에서 배추를 수매하고서 비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시장에 출하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준고랭지 2기작 중심으로 100㏊ 규모의 수매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관계자는 “가격이 안정권에 들어온 상황에서도 산지 수매물량을 격리하지 않고 바로 시장에 방출하고 있다”며 “밑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의 수급정책은 앞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수매물량 방출이 수급 상황에 따른 통상적인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9월 비정상적인 배추값 강세가 이어졌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방출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일 “9∼10월 정부 수급정책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았던 기간이 길어졌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며 “현재 배추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방출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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