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가을이다, 삶의 증거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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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3호선 불광역 가까이에 있는 마을 서점 '한평책빵'에서 시를 나눴다.
열댓명이 앉으면 빈틈이 거의 없는 작은 공간에서 '시 이어 쓰기'를 함께 했다.
"우리는 모두 시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데 사회화 과정에서 그 마음을 잊거나 빼앗긴다. 시의 마음이란 특별한 게 아니다. 공감하기다. 관계 읽기다. 이 마음을 되찾아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라고.
한평이 조금 넘는 책방에 둘러앉은 독자들에게 짧은 시(박준의 연년생)를 이어 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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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지하철 3호선 불광역 가까이에 있는 마을 서점 ‘한평책빵’에서 시를 나눴다.
열댓명이 앉으면 빈틈이 거의 없는 작은 공간에서 ‘시 이어 쓰기’를 함께 했다.
시는 진입장벽이 높다. 책만 해도 시보다 낮고 노래와 춤은 더 낮다. 시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덥석 붙잡은 것이 이어 쓰기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시를 쓰자고 하면 어깨가 움츠러든다. 그래서 시를 쓰지 말고 ‘시의 마음’을 되찾아보자며 다음과 같이 귀띔하곤 한다.
“우리는 모두 시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데 사회화 과정에서 그 마음을 잊거나 빼앗긴다. 시의 마음이란 특별한 게 아니다. 공감하기다. 관계 읽기다. 이 마음을 되찾아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라고.
한평이 조금 넘는 책방에 둘러앉은 독자들에게 짧은 시(박준의 연년생)를 이어 쓰게 했다. 당연하게도 결과가 다 달랐다. 비관과 낙관이 엇갈렸고 시공간이 확장되기도 했다.
이어 쓰기는 이차적이지 않다. 엄연한 새로 쓰기다. 시를 이어 쓰는 동안, 시에 몰입하면서, 공감하고 상상하면서, 감정을 적극 이입하면서 잠들어 있던 시의 마음을 흔들어 깨운다.
나태주의 시를 이어 써보자. 어렵지 않다. 1연 ‘너’의 자리에 누군가의 이름을 넣기만 해도 된다. ‘꽃’과 ‘풀잎’ ‘고요한 저녁’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그려보기만 해도 새로 쓰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부디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이를 위해 한두문장을 되뇐다면 ‘시의 마음’을 되찾은 것이다. 살아 있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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