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종 금리 5.5% 가는데… 한은 이달, 빅스텝 결정 두고 고심

박슬기 기자 2022. 11. 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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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이달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데 이어 다음달에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가 최대 1.5%포인트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세번째 빅스텝을 밟을지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년10개월만에 기준금리를 4%대로 올리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될수록 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한국은행은 금리 역전 폭을 줄이기 위해 이달 빅스텝(한번에 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4%대 진입한 美 기준금리… 12월엔 빅스텝 밟는다


미 연준은 1~2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 기준금리가 4% 선을 뚫은 것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14년10개월만이다.

지난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8.2%에 달하자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는 이전에 예상한 수준보다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FOMC 위원들은 지난 9월 향후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를 통해 기준금리 수준을 내년말 4.6%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연준 의장의 발언은 내년 미 기준금리가 5% 선을 뚫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미 기준금리, 상당 기간 5%대 지속할 듯"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다음달 '빅스텝'(한번에 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5.5%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는 "파월 의장이 과소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 불능으로 만드는 것보다 과대 긴축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매파적 신호를 전달했다"며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고 표현한 점을 볼 때 최종금리가 점도표에서 예상하는 4.5~4.75%(중간값)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씨티는 연준이 오는 12월 0.50%포인트, 내년 2월 0.50%포인트, 3월 0.25%포인트, 5월 0.25%포인트 인상해 미 최종 금리가 5.25~5.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수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중지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고 과소 긴축의 비용이 과대 긴축보다 크며 과대 긴축했을 때 경제를 뒷받침할만한 강력한 도구가 있다고 밝히는 등 매파적 발언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월 0.50%포인트, 1월 0.25%포인트 인상한 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으로 전망하지만 노동시장이 충분히 얼어붙지 않을 경우 중단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 최대 1.5%p까지 전망… 한은, 세번째 빅스텝 밟을까


이처럼 미 기준금리가 내년 5% 이상을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은행은 오는 2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현재 1.00%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달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은 오는 12월 13~14일에도 FOMC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한은은 이달이 마지막 회의다. 한은이 이달 베이비스텝(3.25%)을 단행하고 미 연준이 다음달에도 자이어트스텝(4.50~4.75%)을 밟을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던 건 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폭(1.5%포인트)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수록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대거 뺄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크게 올라 국내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은은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은이 이달 세번째 빅스텝 결단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빚 규모 역대 최대에 돈맥경화까지 겹쳐… 셈법 복잡해진 한은


하지만 한은으로선 빅스텝 결정을 내리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올 2분기 가계 빚은 1869조4000억원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 빚이 누증된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서민들이 부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가계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인당 16만1000원, 총 3조원 이상 증가한다.

여기에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자금경색으로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한은이 두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10월 금통위 회의에선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이달 0.25%포인트만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거세고 기본적으로 연준은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자이언트스텝이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 차이가 심화하지 않도록 (한국은행이) 통상적인 수준(베이비스텝)의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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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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