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글과 그림이 노니는 책방

한겨레 2022. 11. 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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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만 알았던 그림책 작가를 처음 대면할 때면 인사처럼 건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이곳에서 '글과 그림이 만나 즐거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낡고 불편한 공간일지라도 이곳이 오래 남아 글과 그림이 만나 즐거운 곳, 책과 사람이 만나 즐거운 곳, 작가와 독자가 만나 즐거운 곳이 되기를 딸기책방 책방지기들은 매일 바라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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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딸기책방
책방 외부 간판.

책으로만 알았던 그림책 작가를 처음 대면할 때면 인사처럼 건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작가님이 그린 주인공하고 똑같이 생기셨어요?”

“어, 정말 많이 닮았나요?”

그림책 작가도 미소로 되묻지만, 대화를 조금만 더 이어가다 보면 작가들은 이미 자주 듣는 말인 걸 알게 됩니다. 작가의 마음에서 시작해 손끝에서 태어난 캐릭터들이니 작가와 닮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어디 그림뿐일까요? 동네 구석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동네책방들을 다녀 봐도 그렇습니다. 정갈한 책방은 정갈한 주인이, 유쾌한 책방은 유쾌한 주인이, 재밌는 책방은 재밌는 주인이 지키고 있는 것 같거든요.

딸기책방은 어떤 공간일까요? 딸기책방을 찾은 지인들이 이곳과 어울릴 것 같다며 가져오는 선물들을 보면 그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느끼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용할 일이 없는 타자기, 오래된 전축, 손으로 얼기설기 만든 낮은 테이블과 의자, 손때 묻은 나무 소품들, 골동품이 된 옛날 청소년 잡지, 오래전 문방구 유리에 전시되었던 조립식 장난감 상자… 세련되고 멋진 것은 없고 오래된 것, 빠른 세월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효용이 없어진 것, 그런 이유로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정말 이 공간을 닮았다면 멋진 일입니다.

지은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 낡은 가게지만 삐뚤빼뚤 서까래와 노란 백열등이 반겨 주는 이곳에는 ‘글과 그림이 어울려 즐거운 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어린이 그림책부터 어른들이 보는 그래픽 노블까지…. 글과 그림이 각자의 매력을 보여 주면서도 멋지게 어우러지는 책들입니다. 이런 책들은 딸기책방의 책방지기들이 오랜 기간 만들어 온 책이기도 하고, 또 즐겁게 읽는 책들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우리는 이곳에서 ‘글과 그림이 만나 즐거운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책방 내부.

책을 파는 곳에서 책을 만들다 보니 기대하지 못했던 좋은 일들이 꽤 있어요. 가장 큰 즐거움은 독자의 책 읽는 소리와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기 혼을 불사르며 주인공 대사를 읽어주는 엄마 목소리, 숨겨두었던 귀염을 발휘하는 아빠 목소리, 그 소리에 까르르 웃어 넘어가는 아이들 숨소리, 어떤 책을 살지 조곤조곤 상의하는 일행들, 그림책 책장을 넘기며 “어떻게 해! 너무 멋져!”를 연발하는 그림책 애호가들,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다 펑펑 울어버리는 학부모 모임까지…. 독자들의 책 읽는 소리와 모습은 책방지기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낡고 불편한 공간일지라도 이곳이 오래 남아 글과 그림이 만나 즐거운 곳, 책과 사람이 만나 즐거운 곳, 작가와 독자가 만나 즐거운 곳이 되기를 딸기책방 책방지기들은 매일 바라고 바랍니다.

글·사진 위원석 딸기책방 지기

책방 외부 모습.
📕 딸기책방
인천 강화군 강화읍 동문안길 33
https://www.instagram.com/ttalg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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