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나라의 내 마음이 그랬다 “조금 서러워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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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사연 같은 건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 글짓기로 꽤 칭찬을 듣던 어린이였다.
어려워진 집안 형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에게, 성이라는 난해한 세계의 문 앞에서 당황하는 마음에게, 자꾸만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마음에게, 우정 같은 건 무력하기만 한 현실을 알아버린 마음에게, 어린 나를 외롭게 했던 마음들에게 들려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엮어 나의 첫 책 <짜장면 불어요> 를 출간하게 되었다.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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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등단 이현 작가 ‘어쩌다 동화?’
‘나 홀로’ 어린 마음들에 첫 말걸기
그들도 아는 “처음부터 만만찮은 삶”
나의 첫 책 │ 동화작가·소설가 이현
드라마틱한 사연 같은 건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 글짓기로 꽤 칭찬을 듣던 어린이였다. 자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딴에는 꽤 자신 있는 마음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이래저래 사는 일에 쫓겨 다니느라 막상 어른이 된 다음에는 진득하게 책상에 앉아 있을 겨를이 없었다. 아니, 겨를이라는 것이야 원래 마음에 달려 있는 법이니, 그럴 마음을 먹지 못했다는 편이 맞겠다. 그러다 서른하고도 중반을 넘어선 어느 밤, 문득 작정이 섰다.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마침내 내가 쓰려던 것은 소설이었다. 어린이문학은 고민의 대상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소설을 썼고, 단편소설로 전태일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다 동화를? 그동안 수없이 질문을 받았다. 그러면 운명인 듯 우연인 듯 당시의 나를 찾아온 일들을 얘기하곤 하는데, 짧은 지면에 그럴 순 없고… 하며 고심하다 보니 결국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열렬한 어린이 독자였다. 외로운 마음에 찾아온 사랑은 열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유년의 마음은 본디 외롭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물리적으로야 어린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어른보다 적지만, 심리적으로는 `외따로운' 섬이다.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것만 같은 마음을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는 유년은 없다.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유년은 잘 모른다. 내가 못난 게 아니라 인생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아직 잘 모른다. 유년의 마음은 홀로 서럽고 홀로 두렵다. 그런데 이야기에는 그런 마음들이 다 있었다.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인데 그 속에 담긴 마음은 꼭 내 마음 같았다. 나는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조차 모르는 내 마음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와 함께하는 나는 외롭지 않았다. 조금 서러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어린 마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어려워진 집안 형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에게, 성이라는 난해한 세계의 문 앞에서 당황하는 마음에게, 자꾸만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마음에게, 우정 같은 건 무력하기만 한 현실을 알아버린 마음에게, 어린 나를 외롭게 했던 마음들에게 들려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엮어 나의 첫 책 <짜장면 불어요>를 출간하게 되었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 당선되어서 고맙게도 큰 박수를 받으며 첫 책을 냈다.
하지만 우려 섞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읽기에 무겁고, 어둡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더러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반발 섞인 질문을 받기도 한다. 아산테 아저씨는 왜 죽였어요? 어째서 동구는 재능이 부족한 선수인가요? 결국 아무도 로봇의 별에 가지 못했잖아요! 최근에 출간한 청소년소설 <호수의 일>을 읽은 청소년 독자님들도 물어왔다. 둘이 잘 되게 해줄 수는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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