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남자를 모욕하고 싶다면 ‘여자’라고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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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슬럿> 은 발성부터 발화까지, 음절부터 욕설까지 언어와 긴밀하게 엮인 젠더 차별의 역사를 주목한 책이다. 워드슬럿>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언어학자인 지은이 어맨다 몬텔은 여성과 '엮이면서' 격하된 단어들, 여성의 발화 특성(이른바 '여성어')을 조롱하는 문화 등을 해부하면서 "차별을 반영하는 동시에 강화하는" 언어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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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슬럿
어맨다 몬텔 지음, 이민경 옮김 l 아르테 l 2만4000원
#초등학생 두 아이가 서로를 “미친 X”, “시X X”이라고 부르며 투닥거린다. 두 사람 중 누구도 여성은 아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아이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음…어… 앵커님,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에스엔엘(SNL) 코리아>에서 20대 여성 인턴기자로 분한 배우 주현영을 보고 관객은 웃는다. 긴장 탓에 염소처럼 떨리던 목소리, 의례적인 질문, 쓸모없는 추임새…. 그러나 어떤 이는 쓴웃음조차 지을 수 없다.
<워드슬럿>은 발성부터 발화까지, 음절부터 욕설까지 언어와 긴밀하게 엮인 젠더 차별의 역사를 주목한 책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언어학자인 지은이 어맨다 몬텔은 여성과 ‘엮이면서’ 격하된 단어들, 여성의 발화 특성(이른바 ‘여성어’)을 조롱하는 문화 등을 해부하면서 “차별을 반영하는 동시에 강화하는” 언어를 고발한다.
영어만을 사례로 들었지만, 우리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만큼 언어 속 차별은 동시대적이다. “여자를 모욕하고 싶다면 걸레로 불러라. 남자를 모욕하고 싶다면 ‘여자’라고 불러라.” 언어가 여성을 모욕하는 방식을 이토록 간명하게 요약한 문장을 읽노라면, 어느덧 초등학생의 발화에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 여성 혐오를 실감하게 된다. ‘염소 목소리’의 미국 버전인 ‘보컬 프라이’(Vocal fry·저음의 갈라진 소리, 권위를 위해 일부러 내는 경우가 많다)에 대한 논의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여전히 협소한 여성의 발화 권력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이런 참담한 현실에도 저자는 비장하게 언어순화운동을 제안하는 대신 발랄하게 ‘언어의 재전유’를 말한다. 그 방식이 미덥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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