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괜찮아요, 모르므로
한겨레 2022. 11. 4. 05:05
[시인의 마을]
슬픈 꿈은 여기까지만 꿀게요 엇갈린 빗줄기들이 많아서요 갈비뼈 사이에 구름이 자욱해서요 장마가 온대도 빌려줄 머리카락이 없네요 흐르므로, 시간은 그대로예요 사람이 떠나가죠 그런데도 나는 겹쳐진 순간의 침묵을 후회하는군요 마음을 헌 그릇처럼 내어주고 그냥 잠시 기대 있으면 어때요 구름이 꼭 비를 위해 모여든 것이 아니듯 마주 댄 손이 언제나 기도는 아니듯 마주침이 꼭 잇댐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큰비가 오면 쓰러지기로 마음먹은 나무처럼 안개가 얼굴에 그려준 무늬처럼 조금 더 흐느껴도 괜찮아요 모르므로
-이혜미 시집 <흉터 쿠키>(현대문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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