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책 읽기와 팔자/안미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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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자영업자 한 분이 올겨울에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했다.
코로나 때 임대료를 감당 못해 가게를 줄인 사장님이다.
앞이 안 보이고 답답할 때 책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식상하지만 마음속 말을 건네 볼까 하다가 그대로 삼켰다.
그래서 올겨울에는 한 자영업자의 '책 읽을 결심'이 꼭 실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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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자영업자 한 분이 올겨울에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했다. 코로나 때 임대료를 감당 못해 가게를 줄인 사장님이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터라 손님이 없으면 말벗도 없다. 겨울 손님은 여름철의 절반도 안 되는데 TV만 보자니 공허하다나.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치기 무섭게 사장님은 자신의 결심을 스스로 흔들어 댔다. “그런데 책을 읽는 건 팔자가 좋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 같아요.” 임대료 등 온갖 걱정에 책에 집중할 수 없다는 푸념이었다.
순간, 작가들이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이 안 보이고 답답할 때 책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식상하지만 마음속 말을 건네 볼까 하다가 그대로 삼켰다. 그걸 정녕 몰라서 ‘팔자 타령’을 했겠는가. 올 8월 기준 ‘나홀로 사장님’이 434만명이란다.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기사가 머리를 스쳐 갔다. 그저 경기가 덜 나빠지기를, 코로나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 본다. 그래서 올겨울에는 한 자영업자의 ‘책 읽을 결심’이 꼭 실현되기를.
안미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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