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충격, 세월호처럼 소비심리 꺾을까
북한의 선넘는 도발도 한국 경제에 암초
[파이낸셜뉴스] 한국 경제가 이태원 참사로 큰 암초를 만났다.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로 인해 2014년 세월호 사고 때와 마찬가지로 남은 4·4분기에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 연말 뿐만 아니라 내년 초 경기까지도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강해진 북한의 도발도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지 주목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내수와 민간 소비가 주춤하며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에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직전인 4월 14~15일 전년 동기 대비 25.0% 성장했던 카드 승인액은 사고 발생 직후인 16~20일 6.9%, 그 다음주에는 1.8%까지 추락했다.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 국민들이 지출을 자제한 영향이다.
얼어붙은 소비는 경제 성장률을 건드렸다. 2014년 전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분기 0.9%에서 사고 발생 달이 포함된 2·4분기는 0.5%로 하락했다. 민간 소비가 1·4분기 0.5%에서 2·4분기 -0.3%으로 추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태원 참사 등 대형사고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모 분위기는 유통·식품·외식업계에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업계는 연말 마케팅이 많아 4·4분기를 최대 대목으로 꼽는데 뜻밖의 변수를 만났다.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비롯해 20일 열리는 카타르월드컵,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마케팅을 준비하던 업계는 이태원 참사로 침통해진 사회분위기에 따라 각종 행사를 축소하거나 아예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들은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전면 중단했다. 보통 화이트데이 등 데이 마케팅은 각종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 때문에 매출 촉진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제 막 시작한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홍보에 힘을 주려던 주류업계도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이는 이번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핼러윈 등 데이 마케팅이 기념일의 의미와 상관없이 과도한 상술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4·4분기 경기를 더욱 가라앉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는 올해 세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에도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민간소비와 내수가 회복된 영향이다.
하지만 경제의 한축을 지탱해오던 소비마저 꺾이면 4·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은은 이번 사고 전 4·4분기에도 민간소비 회복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수출이 약해지고 있는데다 고금리·고물가로 안 그래도 위축된 소비심리에 이태원 사고 애도 분위기가 길어지면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리스크도 갈길 바쁜 한국 경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우리 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10여발 쏜 데 이어 동해 완충구역 내로 100여발 포격을 가했다. 그동안 북한은 NLL 이남으로 해안포, 방사포를 쏜 적은 있지만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3일에도 미사일 발사는 계속됐다.
북한은 과거 핵 개발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연평도 포격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우리 증시를 불안하게 하고 원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중장기적으로는 전세계에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부각시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켰다. 반복되는 도발에 최근에는 투자자들도 내성이 생겨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도발은 기존보다 강도가 세다는 분석이 나와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특히 올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번 북한의 위협이 외국계 자금 이탈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나 이태원 참사가 소비·투자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다만 북한의 도발이 직접적 군사 충돌로 이어지지 않는 한 의미 있는 정도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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