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머리 깎아야 살 경찰…특수본, '이태원 부실대응' 정조준
참사 전후 전반 수사…용산서장·서울청 상황관리관 우선 수사선상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경위와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관련 기관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늑장 보고 의혹도 제기된 만큼 관련자는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이태원역, 다산콜센터 등 8곳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태원역은 오후 2시 압수수색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역장과 합의가 지연돼 같은 날 늦은 오후 영장을 집행했다. 이태원역은 무정차 조치를 하지 않은 의혹을 받는다. 특수본은 당일 112신고 관련 자료와 경비 계획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부실 대응 논란을 감찰 중인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당시 용산경찰서장이었던 이임재 총경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을 특수본에 수사 의뢰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별감찰팀은 류 총경이 치안 상황을 총괄 관리·보고할 의무를 게을리해 참사를 뒤늦게 파악하고 늑장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경은 참사 지역을 관할한 경찰서장으로서 현장 총괄 의무가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본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핼러윈을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3일 오전 6시 기준 외국인 26명을 포함한 156명이 숨지고, 173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수본 수사 영역은 크게 참사 발생 전후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참사 발생 4시간여 전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첫 112신고를 비롯해 총 11건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핼러윈 대비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의혹 등이다.
이에 앞서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7일 핼러윈 기간을 맞아 112신고가 2배 이상 접수되고 10만명 이상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핼러윈 종합치안 대책'을 마련해, 112와 형사, 여성청소년, 교통 등 기능에 경찰기동대까지 지원받아 2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최근 5년 핼러윈 기간을 대비하면 가장 많은 경력이 배치되기는 했으나 실제 인력은 200명이 아닌 137명으로 확인됐다. 137명 역시 수사 25명, 교통 26명 등으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있다. 참사 당일 현장을 통제하는 인력은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112신고 대처 미흡 의혹을 놓고 당시 인력으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결국 사전 대비에 실패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수본은 핼러윈 대비 계획 미흡을 놓고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수사는 경찰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등 다른 기관도 대상이 된다. 참사 보름 전 용산구가 후원한 '지구촌축제'는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당시 용산구청과 지역 상인회의 대비로 문제없이 마무리된 것과 비교된다.
참사 이후 대처 수사는 '늑장 보고' 논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 총경에게 참사를 보고 받은 시간은 1시간19분 뒤인 오후 11시34분으로 확인됐다. 당시 김 청장이 전화를 받지 못했고 2분 뒤 통화가 되면서 처음 인지했다고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발생 1시간59분이 지난 이튿날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에게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특수본은 당시 보고 라인에 집중해 근무 태만 여부를 들여다보고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당일 근무일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현장에서 밀집한 인파를 고의로 밀었다는 의혹을 받는 '토끼머리띠' 남성도 조사하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 1일 해당 남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아울러 고인 명예훼손 사건 등도 특수본이 수사해야 할 영역이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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