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대구 일가족 변사 사건…11살 아들과 함께 목숨 끊은 母에 '승낙 살인' 혐의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물음표만 남긴 한 가족의 비극.
3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 물음표 가족의 마지막 외출'이라는 부제로 대구 일가족 변사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 2016년 9월 한 낚시꾼이 낙동강변에서 엎드린 채 물에 잠긴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경찰은 여성의 시신에서 작은 가방을 하나 찾아냈고 그 속에 현금 160여만 원과 휴대전화, 그리고 열쇠를 발견한다.
이에 밝혀진 시신의 신상은 대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이던 52세 여성 최 씨. 경찰은 최 씨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최 씨의 가족이 아닌 뜻하지 않은 것이 경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는 집. 최 씨가 가지고 있던 열쇠를 통해 집으로 들어간 경찰들. 이들은 베란다에 놓여있는 붙박이장이 테이프로 봉해진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에 붙박이장을 열어본 경찰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붙박이 장에서 또 하나의 시신이 발견된 것. 패딩을 입은 채로 뼈밖에 남지 않는 시신은 이미 백골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단순 변사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 경찰들은 바로 현장 감식을 진행했고, 감식반은 빠른 속도로 부패가 진행된 시신의 사망 시점을 특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감식과 정황을 통해 백골의 주인공이 최 씨의 큰 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감식반은 사인을 밝히는 중요한 뼈인 이른바 목뿔뼈, 설골을 가지고 사인을 밝히기 위해 힘썼다. 특히 두 동강으로 부러진 설골을 포착하고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 집에 6년째 거주 중인 최 씨는 26살의 딸과 11살의 아들과 함께 살았다. 그리고 이웃들은 그의 딸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것이 2년 전 겨울이라 밝혀 의아함을 자아냈다.
또한 경찰은 미스터리한 사망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감쪽같이 사라진 최 씨의 아들을 추적했다.
사망한 최 씨의 큰 딸과 15살 차이의 늦둥이인 11살 영진이는 최 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5일 전인 9월 15일 최 씨와 함께 집을 나서는 모습을 끝으로 사라져 버린 것. 그리고 경찰은 "내가 죽거든 십자수 종이접기 책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세요"라는 영진이가 남긴 유서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주변 CCTV를 통해 영진이의 행적을 쫓았다. 영진이는 평소와 달리 엄마와 손을 잡지 않고 거리를 두고 걸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고 또다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는 등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을 포착했다. 또한 최 씨와 거리를 두고 걷던 영진이가 어느 순간 멈칫하는 모습도 CCTV를 통해 포착되어 눈길을 끌었다.
대대적인 수색을 진행했지만 찾을 수 없었던 영진이. 이에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해 영진이를 추적했다. 그러나 경찰이 전국에 배포한 전단지는 어딘가 이상했다. 이는 바로 영진이의 제대로 된 사진은 한 장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전단을 만든 사정은 있었다. 이는 영진이의 사진이 단 한 장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영진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경찰은 가스 검침 표를 보고 영진이 가족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했다. 사람이 살던 집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검침 표를 통해 이들이 고립되어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갔을 것이라 추측했다.
실제로 이웃들은 영진이 가족에 대해서 제대로 알거나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최 씨. 그런 최 씨에 대해 이웃들이 기억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아들을 애지중지했고 더 나아가 그 정도가 심했다는 것.
최 씨는 11살의 영진이를 홈스쿨링 하겠다며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에 이웃들은 영진이를 걱정했고 아동보호기관에 아동학대로 최 씨를 신고했다. 하지만 아동보호기관의 확인 결과 아동학대에 대한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영진이를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문제였고, 이에 최 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영진이는 초등학교 4학년에 처음으로 학교에 등교했다. 하지만 영진이는 등교 후 여러 이유로 조퇴를 하거나 결석을 했다. 이 모든 것은 최 씨의 뜻에 의한 것이었고, 영진이는 정확하게 4일 학교에 등교한 후 추석 당일 최 씨와 함께 실종됐다.
학교에도 영진이의 사진은 없었다. 하지만 학교 안의 CCTV를 통해 아이의 얼굴이 식별 가능한 장면을 포착했고, 이를 가지고 경찰은 전단지를 다시 만들었다.
그렇게 영진이를 추적하던 중 영진이 누나 시신에 대한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사망 원인과 시기 추정 불가, 또한 골절 등 외상의 흔적 발견되지 않아 타살 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부러진 설골의 경유 유골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부러진 것으로 드러나 타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하지만 붙박이장에서 엄마 최 씨의 지문이 발견되어 시신을 장 속에 숨긴 것은 최 씨임이 밝혀졌다.
영진이를 찾기 위한 경찰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그리고 실종 13일째 낙동강변에서 영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최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12킬로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영진이의 시신은 최 씨의 시신처럼 부패가 심한 상태였다.
그리고 최 씨나 영진이를 목격한 목격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경찰은 정황 증거를 통해 영진이가 엄마 최 씨와 함께 강에 투신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미리 유서를 작성한 점, 저항 없이 엄마와 걸어갔던 점, 시신에 외상이 없는 점이 바로 그 결론을 내린 이유였다.
수사 과정에서 인상적인 점은 CCTV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남아있지만 목격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마치 투명 인간과도 같았던 것.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었고, 검찰은 최 씨에 대해 사체 은닉과 승낙 살인 혐의로 고발했다. 승낙 살인이란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살해하는 행위로 정황상 영진이가 삶을 포기하려는 최 씨와 함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승낙 살인이라는 말은 영진이에게 가혹했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을 영진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거절할 수 없는 것이었던 것. 이에 고작 11살이 된 아이가 직접 유서를 쓰고 아무 저항 없이 엄마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빈 집에서 영진이의 흔적을 발견했다. 냉장고 안에는 수백 마리의 종이학이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는 어쩌면 본인에게 가장 소중했을 종이학이 상하지 않고 오래오래 남아있길 바란 영진이의 마음이 담긴 행동 아니었을까.
영진이 가족의 변사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물음표를 남긴 채 마침표를 찍었다.
오늘의 그날 이야기에 이야기 친구들은 비정한 모정에 분노했다. 부모에게 아이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는 없고, 11살 아이에게 죽음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것 역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이 때문이었다.
또한 죽을 사, 구석 각.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지금도 우리 주변에 시선이 닿지 않는 그늘 안에서 비명을 지르는 이가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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