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에 흥국생명까지… 채권시장 ‘살얼음’
이호 기자 2022. 11. 4. 03:04
13년만에 콜옵션 포기 사태에 충격
해외 채권시장, 국내기업 외면 우려
내년 만기 외화채 35조로 22% 늘어
신규 발행 어렵고 고금리 가능성
해외 채권시장, 국내기업 외면 우려
내년 만기 외화채 35조로 22% 늘어
신규 발행 어렵고 고금리 가능성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채권 조기 상환을 연기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또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가뜩이나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해외 채권 시장마저 국내 기업들에 등을 돌릴 경우 재무구조가 불안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제2의 레고랜드’, ‘제2의 흥국생명’이 나올 가능성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221만 달러(약 35조3487억 원)로 올해(204억3929만 달러)보다 21.8% 많다. 연도별 외화채권 만기 규모는 2018∼2021년은 100억 달러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4년에는 268억7421만 달러에 이를 예정이다.
흥국생명이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신종자본증권의 상환 일정도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한화생명과 KDB생명은 내년 4월과 5월에 각각 10억 달러, 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일을 맞게 된다. 동양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3억 달러, 5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상태다. 신종자본증권은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장기 채권으로 주로 금융회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한다. 발행 기업이 5년 내 조기 상환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지만 흥국생명은 최근 이를 포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흥국생명은 물론 국내 금융사와 기업들의 재무 상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이들의 신규 채권 발행에 타격이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를 시작으로 다른 금융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DB생명도 13일 예정됐던 3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국내 발행)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자와 사전 협의를 통해 행사일을 연기한 것일 뿐 미이행이 아니고 채권시장에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의 충격은 다른 시기에 비해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며 “우선 다른 보험사들도 달러 표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콜옵션 행사일을 사실상의 만기일로 인식했던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며 “2009년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은 모두 최초 콜옵션 행사일에 해당 증권을 조기 상환해 왔기에 향후 투자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한동안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에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컨트리 리스크’(국가 신용 위험)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말 0.700%포인트로 5년 전인 2017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CDS는 국가나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를 대비한 파생상품으로 국가 경제 위험이 커지면 프리미엄도 상승한다.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미 국채 대비 가산금리) 역시 연초 1.45%에서 지난달 말 1.92%까지 오른 상황이다. 신용 스프레드가 오르면 그만큼 높은 금리로 외화 채권을 발행한다는 뜻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간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가뜩이나 ‘아시아 리스크’가 부상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자금난이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를 시작으로 다른 금융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DB생명도 13일 예정됐던 3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국내 발행)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자와 사전 협의를 통해 행사일을 연기한 것일 뿐 미이행이 아니고 채권시장에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의 충격은 다른 시기에 비해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며 “우선 다른 보험사들도 달러 표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콜옵션 행사일을 사실상의 만기일로 인식했던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며 “2009년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은 모두 최초 콜옵션 행사일에 해당 증권을 조기 상환해 왔기에 향후 투자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한동안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에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컨트리 리스크’(국가 신용 위험)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말 0.700%포인트로 5년 전인 2017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CDS는 국가나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를 대비한 파생상품으로 국가 경제 위험이 커지면 프리미엄도 상승한다.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미 국채 대비 가산금리) 역시 연초 1.45%에서 지난달 말 1.92%까지 오른 상황이다. 신용 스프레드가 오르면 그만큼 높은 금리로 외화 채권을 발행한다는 뜻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간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가뜩이나 ‘아시아 리스크’가 부상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자금난이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美겨냥 ICBM, 한밤 또 미사일… 北의 폭주
- [단독]신고 잇따를 때… 용산서장 식사중, 서울청 112책임자는 부재중
- [오늘과 내일/정용관]무너진 ‘기본’의 문제다
- “운구비 막막”에 시민 100명 기부, 고려인 귀향길 함께했다
- “비집고 타는 승객 사라졌다” 이태원 참사후 달라진 지하철
- [횡설수설/이진영]이태원 의인들
- 한미 기준금리差 1%P로 벌어져… 한은, 24일 또 ‘빅스텝’ 유력
- [단독]檢, 정진상 자택 압수수색때 외장하드 확보
- 울릉경찰서장, 北미사일 경계경보 중인데 상추 수확
- 4인 김장비용 47만원, 1년새 13% 올라… 속재료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