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참사에서 교훈을 얻는 日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일본 ‘핼러윈 성지’로 통하는 도쿄 시부야에 가봤다. 오후 5시부터 경찰 버스와 순찰차 등이 시부야역 교차로에 늘어서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는 제복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들고 시민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확성기로 “혼잡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가세요”라고 외쳤다. 인파가 몰려 있으면 호루라기를 불어 해산시켰다. 노상 음주가 금지됐고 편의점 등 일부 점포는 주류 판매를 하지 않았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핼러윈에 시부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파는 약 2만명 내외였다. 그럼에도 경찰 당국은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시부야 인근 주요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거나 통행금지하는 등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일본을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본 경찰이 이렇게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1년 효고현 아카시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247명이 다쳤다. 이후 일본은 현장 경험과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107쪽 분량의 혼잡 사고 방지 매뉴얼을 만들었다. 경비업법 등을 개정해 경비 업무 검정 시험에 ‘혼잡 경비’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지난 2018년에는 핼러윈을 맞아 시부야에 모인 취객들이 차량을 뒤집어엎고 물건을 때려 부수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시민을 폭행하고 여성을 성추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듬해 시부야구는 조례를 제정해 핼러윈, 연말 행사 등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할 경우 길거리 음주를 금지하고 인근 점포에 주류 판매 자제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태원 참사 후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제시되고 있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자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유사 사고 방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 사회도 머리를 맞대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미비했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고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철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재발 대책 논의보다 참사를 이용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더 눈에 띄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이번 참사를 들어 현 정권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어용 방송인 김어준은 법무장관의 마약 범죄 수사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참사 당일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던 단체는 참사를 앞세워 촛불 집회를 연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미안한’ 마음으로 추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왜 안타까운 비극을 이용하고 ‘고마워’하려고 하는가.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글 검색에 도전’...오픈AI 서치GPT 정식 출시
- 유엔, 4일 北 ICBM 발사 관련 안보리 회의 열 듯
- 지방소멸 막고 지역산업 키우려면… RISE 內 전문대 투자 확대 절실
- 수급·경제 논리보다 ‘탄소 제로’만 앞세워 에너지 정책 다 꼬여
- [바로잡습니다] 30일자 A35면 ‘국회를 제 집 안방으로’ 사설에서
- [팔면봉] 민주당, ‘尹 당선인·명태균 통화’ 음성 공개. 외
- 盧정부도 보냈는데… 우크라 참관단을 ‘파병’이라는 野
-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北 비핵화’ 9년 만에 빠졌다
- 국립묘지에 묻힌 ‘K방산의 아버지’
- 미국·영국, 정년 폐지… 일본, 기업에 고용 연장 ‘3개 옵션’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