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올해의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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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켜는 겨울을 맞는 상징이다.
무성하던 나뭇잎이 계절 변화에 순응하며 나무에서 떨어지려는 몸짓이다.
지난 여름 찾았던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초록색 잎과 하얀 껍질이 조화를 이뤘다.
이제 자작나무는 그 껍질만으로 겨울을 장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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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켜는 겨울을 맞는 상징이다. 무성하던 나뭇잎이 계절 변화에 순응하며 나무에서 떨어지려는 몸짓이다. 낙엽이 질 무렵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담을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지난 여름 찾았던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초록색 잎과 하얀 껍질이 조화를 이뤘다. 이제 자작나무는 그 껍질만으로 겨울을 장식할 것이다. 분명한 건 봄에서 여름, 가을에서 겨울로 쉼없이 흐르는 자연이다.
사람은 이런 자연의 섭리를 닮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노력이 부족해서, 능력이 딸려서, 게을러서 자연을 따라가기 급급하거나 포기하기 십상인 게 사실이다. ‘피하지 마라/빈 들에 가서 비로소 깨닫는 그것/우리도 늘 흔들리고 있음을’. 오규원 시인의 시구처럼 우리가 늘 흔들리는 이유다.
그래도 사람이다. 나무가 나이테를 만들듯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에는 더 나아지길 바란다. 우리나라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고,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올해의 한자를 발표하고,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이나 콜린스 사전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 취지다. 콜린스 사전이 2022년을 ‘permacrisis’(영구적 위기)라는 합성어로 표현했다.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를 합해 ‘불안정과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뒤이은 핵위기, 코로나19 재확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이 반영된 듯하다. 세계를 몰아친 정치 격변과 심각한 기후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많은 사람의 심정을 대변한다 하겠다.
부산으로 치면 가덕신공항 조기 착공과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본격화, 그리고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올해의 단어 후보로 꼽히겠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놓고 보면 이태원 참사를 덮을 게 없지 싶다. 그만큼 사고 원인과 희생자 규모를 납득할 수 없다. 특히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 공권력의 부재가 주는 충격이 크다.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쌓이고 있다. 참사가 빚어진 진실의 순간에 흔들리면서도 다가가야 한다. 진실 규명과 응당한 책임이 따라야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으로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이는 세태를 비판한다. “세월호 참사 등 정부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덧붙여졌다. 우리의 시간은 8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인가. 대한민국엔 떨켜가 없는 것인가.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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