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6] 君臣 관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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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두드러지게 사람의 눈[目]을 표현한 한자가 있다. 신하(臣下), 대신(大臣) 등 단어의 ‘신(臣)’이다. 이 글자의 본래 꼴은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 눈이 위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래서 초기 뜻은 ‘노예’였다고 추정한다.
그에 비해 ‘군(君)’은 원래 제례(祭禮) 속 제사장 정도의 존재를 지칭했던 글자다. 상고시대에서는 제사를 진행하는 제사장이 사실상의 권력자였다. 이런 연유로 글자는 마침내 ‘임금’ ‘군왕(君王)’ 등의 의미를 획득한다.
왕조시대 권력자와 그 추종자의 관계를 일컫는 말이 위의 둘을 합친 군신(君臣)이다. 여러 설명이 있지만 본질은 주종(主從), 즉 주인과 하인의 사이다. 엄격해서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위계(位階)가 그사이에 존재한다.
위가 명령하면 아래는 꼭 따라야 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이 가장 큰 틀이다. 신하 중에는 현명한 현신(賢臣), 훌륭한 양신(良臣), 충성스러운 충신(忠臣) 등도 분명히 있었으나 대개는 노비처럼 주인 앞에 늘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야 했던 신세다.
권력자의 집안 또는 내부의 사적인 일을 도맡아 하는 그룹인 가신(家臣), 내신(內臣), 정신(廷臣) 등은 특히 그렇다. 이들에게 따르는 흔한 성어가 노안비슬(奴顔婢膝)이다. 노비의 얼굴, 낮게 살살 기는 비굴함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는 황제를 방불케 하는 1인 권력의 주변을 6명의 비서나 참모 출신들이 둘러싼 모습이다. 옛 ‘군신’과 ‘주종’ 관계의 부활이다. 따라서 지도부 내의 견제와 균형은 더 이상 어려울 듯하다.
옛것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은 늘 진지하다. 그래서 문화 근저에는 그를 품고 닮으려는 회고(懷古)와 의고(擬古)의 취향이 강하다. 공산당은 급기야 옛 권력 질서의 복고(復古)까지 마쳤다. 새 황제와 그 총신(寵臣)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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