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의 촬영 경쟁 시대[사진 연구소/유별남]

유별남 사진작가 2022. 11. 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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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사진은 1826년 프랑스인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가 촬영한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내다본 조망'이다.

요즘 사진 애플리케이션(앱)은 편리하고 다양한 편집 기술이 핵심이다.

전문가의 사진첩을 데이터로 AI가 스스로 판단해 사진을 찍는 클립스는 반짝 눈길을 끌다 말았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이 '찰칵'으로 단축되더라도, 사진이 감동을 주는 메커니즘은 찰칵이 8시간이던 시절과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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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시드’로 편집한 사진.
유별남 사진작가
세계 최초의 사진은 1826년 프랑스인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가 촬영한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내다본 조망’이다. 니엡스가 헬리오그래피라고 부른 이 작품의 촬영에는 8시간이 걸렸다. 즉, 사진을 찍는다는 표현인 ‘찰칵’에 8시간이 걸린 것. 물론 그 긴긴 시간 동안 셔터를 누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손가락으로 사진을 찍지 않았던 당시엔 렌즈 마개를 ‘찰’ 열고 8시간 뒤에 ‘칵’ 닫았다.

사진술의 발달로 찰칵이 말 그대로 ‘순간’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는 움직이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하도록 사람이 기댈 수 있는 등신대 구조물을 스튜디오에 갖춰 놓기도 했다. 옛날 사진 속 인물 표정이 모두 굳어있는 이유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기 위해 긴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진 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순간 촬영이 가능해졌다. 2010년대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널리 퍼진 이후 사진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기록의 도구가 됐다. 현상과 인화 역시 편집과 보정을 할 수 있는 툴이 쏟아지면서 대중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요즘 사진 애플리케이션(앱)은 편리하고 다양한 편집 기술이 핵심이다. 이런 편집 기술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모바일에서 손가락 하나로 뚝딱 주름을 지우고 메이크업을 하게 된 지 오래. 배경을 통째로 바꾸거나 원치 않는 부분만 삭제하고 변형하는 기능을 갖춘 앱 ‘스냅시드’ 등도 등장했다. 흑백 사진에 색을 입히고, 사진이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도 있다.

‘스냅시드’ ‘픽슬러’ ‘어도비포토샵 카메라’ 등 앱으로 정점을 찍은 편집 기술은 새로운 방식을 내놓기보다 세밀하고 전문적인 툴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포토샵 못지않게 복잡한 편집 기능과 짧은 영상 편집 기능을 갖춘 ‘프리미어 러시’ 등이 대표적이다.

AI가 사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미흡한 점도 있다. 디지털 문화 분야 석학인 레프 마노비치 뉴욕시립대 교수는 “(AI로 인해) 누구나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시각 문화의 대혁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AI는 예측할 수 없기에 늘 좋은 결과물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AI는 3차원(3D) 공간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면 초상화에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다른 각도에선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AI가 스스로 찍은 사진이 인간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평가도 있다. 구글이 2018년 출시한 AI 카메라 ‘클립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의 사진첩을 데이터로 AI가 스스로 판단해 사진을 찍는 클립스는 반짝 눈길을 끌다 말았다. 사람이 원하는 ‘결정적 순간’에 대한 판단이 미흡해 크게 성공하진 못한 것이다. 다만 네덜란드 연구팀이 최근 뇌의 뉴런 활동을 시각적 이미지로 바꾸는 기술을 선보이는 등 AI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사진이 주는 감동은 피사체를 고른 이유, 사진을 찍는 과정, 촬영자와 피사체 간의 교감 등이 좌우하는 측면이 크다. 이런 점에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 지닌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이 ‘찰칵’으로 단축되더라도, 사진이 감동을 주는 메커니즘은 찰칵이 8시간이던 시절과 비슷하지 않을까.

유별남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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