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후원에 국적·악기는 묻지 않는다” 젊은 연주자들 수호천사, 佛 첼리스트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41)은 다섯 살 연상 형인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46)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형제 연주자. 그는 지난 1월 자신의 이름을 딴 ‘고티에 카퓌송 재단’을 설립하고 젊은 연주자들에게 데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그는 최근 영상 인터뷰에서 “활발하게 꿈을 펼쳐야 하는 10~20대 연주자들이 코로나 기간 무대를 잃고 좌절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줄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재단이 독특한 건 후원 대상에 국적(國籍)이나 악기 구분이 없다는 점. 18~25세라는 연령 제한만 있을 뿐이다. 올해 피아노·바이올린·첼로·비올라를 전공하는 캐나다와 이탈리아, 모로코와 터키, 중국과 프랑스 출신의 11명이 그의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카퓌송은 “이미 경력을 쌓은 기성 연주자와 여전히 무대에 목말라하는 젊은 음악인들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대와 선의라는 목표 외에는 어떤 조건도 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한국 첼리스트 유지인(20)씨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다가 14세에 도불(渡佛), 파리고등음악원에서 학부·석사과정을 마친 기대주. 유씨는 최근 카퓌송이 이끄는 첼로 앙상블인 ‘카퓌첼리(Capucelli)’ 멤버로 들어가서 카퓌송의 신보 ‘센세이션스(Sensations)’ 녹음에도 참여했다. 유씨는 통화에서 “흔히 첼로를 ‘인간의 목소리를 닮은 현악기’라고 하는데 첼로만으로 구성된 앙상블에서 연주할 때에도 카퓌송은 ‘노래하듯이 연주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주제가와 뮤지컬 히트곡 등을 담은 이번 음반에서 유씨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가운데 ‘맘보’ 등 3곡에 참여했다.
이들은 2019년 루이뷔통 재단이 후원하는 첼로 마스터클래스를 통해서 사제(師弟)로 인연을 맺었다. 카퓌송은 3년간 유씨를 가르친 데 이어서 이번에는 재단 장학생으로 후원하고 나선 것. 내년 1월 유씨는 풀랑크의 첼로 소나타와 프랑스 여성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1857~1944)의 피아노 3중주를 담은 음반 녹음도 앞두고 있다. 유씨는 “스승으로서 카퓌송은 주관을 고집하기보다는 제자의 장점을 찾아내고 격려하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에는 명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80)과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59) 등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통해서 젊은 연주자들을 양성하는 연주자들이 적지 않다. ‘콩쿠르 강국’ 한국이 아직 배워야 할 대목이다. 카퓌송은 “앞으로 지원 대상과 악기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내가 더욱 부지런히 뛰어다녀야겠지만…”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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