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는 트웨인의 당구대 위서 태어났다
- 50인 유명작가 집필 공간 조명
- ‘제인 에어’‘폭풍의 언덕’ 등 쓴
- 브론테 자매는 ‘식탁 구상’ 즐겨
- ‘셜록 홈스’는 트렁크 위서 탄생
‘제인 에어’를 쓴 샬럿,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아그네스 그레이’를 쓴 앤. 브론테 자매의 소설은 한 공간에서 태어났다. 하워스 마을의 사제관에서 나고 자란 자매는 식당 거실 응접실로 쓰이는 공간을 사랑했다. 담소를 나누며 바느질도 하고, 각자 쓰는 글에 대해 토론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낭독회를 하며 자기 글을 읽어주고 다른 자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방에 놓인 접이식 마호가니 식탁에서 앞서 말한 작품이 태어났다. 마호가니 식탁은 현재 박물관이 된 사제관에 전시돼 있다. 상판에 ‘E’라고 새겨져 있고, 한가운데 양초 태운 자국과 잉크 자국도 그대로 남아있다. 브론테 자매가 한 식탁에 앉아 글을 쓰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누군가의 가벼운 한숨에 양초 불이 살짝 흔들리고, 누군가의 펜에서는 아차 하는 사이 잉크 한 방울이 식탁 위로 똑 떨어지고…. 그렇게 밤이 깊어가도록 브론테 자매는 작품을 썼을 것이다.
책에 관한 책을 쓰는 애서가로 알려진 영국 저널리스트 알렉스 존슨이 특별한 공간에 대한 책을 선보인다.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한 작가와 작품이 탄생한 공간이다.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탄생한 순간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증인은 다름 아닌 작가의 공간, ‘작가의 방’이다. 작가의 고뇌와 탄식, 희열도 함께했을 작가의 방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던 독자라면 반가워할 책이다.
저자는 어떤 방해도 받지 않는 완벽한 은신처부터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습관과 집필 도구까지, 50인의 작가가 찾아낸 최적의 글쓰기 조건을 갖춘 그들의 방을 엿본다. 매력적인 장소를 그리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런던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제임스 오시스의 그림으로 작가들의 집필실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곧 작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방은 더 흥미롭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당구장과 오두막에서 탄생했다. 트웨인은 고요한 자기만의 공간에서 글쓰기를 선호했지만, 자기 안의 모든 것이 소진된 것 같을 때는 당구를 쳤다. 이 당구장 겸 집필실은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있는 3층짜리 자택, 빨간 벽돌집 꼭대기 방에 있었다. 밝고 널찍한 방에는 창문이 많았다. 트웨인은 산만해지지 않도록 벽을 향해 책상을 배치했고, 책상 옆에는 원고를 보관하는 칸 많은 선반이 있었다. 트웨인은 편집 전 모든 원고를 당구대에 늘어놓곤 했다. 뒤에 조용한 오두막 집필실로 가기 전, 트웨인은 당구대를 커다란 책상으로 활용했다.
셜록 홈스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아서 코넌 도일의 책상이 궁금할 것이다. 뭔가 특별한 장치는 없는지 호기심도 생긴다. 코넌 도일은 돌아다니며 글 쓰는 걸 좋아해 특별한 책상이 필요했다. 1925년 파리의 명품 트렁크 제작자 고야드(Goyard)에게 아주 특별한 집필용 트렁크를 의뢰했다. 닫혀 있을 때는 크기나 무게가 여느 트렁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매력적인 여행 가방으로 보였는데, 트렁크를 여는 순간 변신했다.
트렁크는 책꽂이 타자기 서랍까지 있는 책상이 되어 코넌 도일을 기쁘게 했다. 이렇게 멋진 책상, 아니 트렁크가 있다니! 강연을 다니거나 여행 중이던 코넌 도일이 호텔 객실에 트렁크를 촤라락 펼치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장면이 떠오른다. 뒤에서 셜록 홈스가 파이프를 문 채 나타나 “이봐, 친구. 정말 멋진 트렁크군!”하며 감탄할 것 같다.
50인 작가의 방은 그들의 개성과 작품만큼 각양각색이다. 욕실에서 추리소설 아이디어를 떠올린 애거사 크리스티, 자메이카의 별장에서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킨 이언 플레밍, 큰 책상을 버리고 아늑하고 편한 크기의 책상을 원한 스티븐 킹, 가장 좋아하는 고전 속 문장을 서재 천장 들보에 빼곡하게 쓴 몽테뉴, 버지니아 울프의 오두막, 제인 오스틴의 문구함, 무라카미 하루키의 레코드…. 독자를 작가의 방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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