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사찰부터 한옥·전원주택까지… 한국은 목조 건축 역사책 같아요”
“순수 미술을 전공한 조각가이자 건축으로 생업을 유지했던 작가로서, 한국은 너무나도 훌륭한 건축 전시장입니다. 500년도 넘은 고궁과 사찰 같은 목재(timber) 건물에, 1960~1970년대 개량 한옥도 흥미롭죠. 1980년대엔 콘크리트에 목재가 접목된 경량목구조(가늘고 얇은 목재) 주택(흔히 ‘전원주택’)까지 목조건축물 역사책 같아요.”
영국 출신 유명 미술가 리처드 우즈(56)는 최근 서울을 찾은 자리에서 “제 휴대전화 속 사진 상당수가 한국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그룹의 리빙 브랜드 ‘까사미아’의 서울 서래마을점 리뉴얼(새단장)과 ‘2022 서울디자인’ 까사미아 부스 디자인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건물의 외관과 내부 디자인에 그가 직접 참여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듯 보았던 사물이 예술 작품인 걸 뒤늦게 아는 것도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2001년 런던 개인전에서 원색의 색상과 두꺼운 검정 윤곽선을 통해 마치 만화처럼 패턴을 창작하는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나뭇결이 살아있는 바닥 등 영국의 전통 문양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패턴들을 나무 판화로 찍어 건물 외관 등을 새롭게 장식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포함해 영국의 건축·인테리어·디자인 전문 매체 디진(Dezeen) 등에 “꼭 봐야 할 전시”로 자주 이름을 올린다.
그의 작품은 런던,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50개 이상의 공공미술 형태로 찾아볼 수 있다.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대영 박물관을 비롯해 뉴욕 현대미술관에도 영구 소장됐다. 최근엔 런던 서더크 대성당(Southwark Cathedral)에서도 전시했다. 국내에선 2018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 만든 파크로쉬 리조트 호텔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계에선 “패턴 그 자체가 가격인 작가”로 불린다.
박물관 소장전부터 공공미술까지 전 세계의 ‘호출’을 받고 있는 그가 자신의 휴대전화 사진을 한국 건축물로 다량 채운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은 런던의 대부분을 태웠던 런던 대화재(1666년) 이후 오랜 역사를 지닌 목조건물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게 됐어요. 그 갈증이 한국 건축물로 상당히 해소됐어요. 게다가 친환경 건축이 대세로 떠오른 요즘, 한국의 오래된 목재 건물들은 존재만으로도 공공미술적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그는 “거리를 걷다가 ‘저게 뭐지?’라고 눈길만 줘도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까사미아 서래마을점 4층은 그의 단독 갤러리다. ‘빅 가든’이란 제목으로 직접 그려 찍어낸 꽃 문양 목판화 작품과 의자를 비롯해 그의 해외 공공미술 작품 등을 사진으로 다시 연출한 포토 콜라주 등으로 꾸며졌다. ‘아트 마크(아트+랜드마크)’를 표방하며 내년 1월 31일까지 무료로 전시된다. “전 자연에서 영감을 얻지만 솔직히 도시를 좋아해요.(웃음) 도시엔 가장 변화무쌍하면서도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흥을 잃으면 도시는 우울해지죠. 사랑하는 사람들과 도시를 위해 즐거움과 재미를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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