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보류… 보험업계 괜찮나

김은정 기자 2022. 11. 4.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흥국 이어 DB생명도 “300억, 6개월 뒤 상환”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채 시장을 통해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려던 일부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

3일 DB생명이 전날 흥국생명에 이어 신종 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자금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시장의 ‘큰손’인 보험사들이 채권을 사주기는커녕 발행한 채권을 빠르면 6개월 뒤에 갚겠다고 하는 것이다.

신종 자본증권은 따로 만기는 없지만 통상 5년 만에 상환해주던 채권이라 ‘5년 조기 상환’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굳어졌는데, 지난 2009년 우리은행 이후 13년 만에 다시 조기 상환 불발 상황이 벌어졌다.

◇”6개월 뒤엔 갚겠다”는데… 시장은 ‘싸늘’

DB생명은 오는 13일 예정됐던 300억원 규모의 신종 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300억원은 소수 사모(私募)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자와 협의해 계약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흥국생명도 이달 9일 예정됐던 5억달러(약 711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 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두 보험사 모두 저금리 시절인 2017년 발행한 신종 자본증권 조기 상환일을 이달 맞았다. 그런데 금리가 당시보다 2배 이상 뛴 데다, 10%가 넘는 고금리에도 기존 채권 갚을 돈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지자 “6개월 뒤에 갚겠다”고 하는 것이다. 계약을 6개월 연장하면서 금리를 1~2%가량 더 얹어주는 게 10%대 금리에 새로 돈을 빌리기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신종 자본증권을 고금리에 새로 발행하면 보험사 자산 건전성 규제인 지급 여력(RBC) 비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조기 상환에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히긴 하지만, 실리를 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흥국생명은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 9월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 등에서 콜옵션 행사를 약속했기 때문에 시장에 더욱 큰 충격을 줬다. 파장이 커지자 흥국생명은 3일 “내년 5월 도래하는 신종 자본증권 이자 지급 기준일에 맞춰 콜옵션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그때 가봐야 알 것”이라며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신종 자본증권은 보험사들의 주요 자금 마련 통로 중 하나였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7년 말 2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8000억원으로 발행이 늘었다. 가뜩이나 은행권으로만 자금이 몰려 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일이 덮쳐, 보험사들이 돈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흥국생명도 만만찮은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후순위 채무 중 약 1600억원이 내년 중 만기 도래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로 추가 자본성 증권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금리 부담이 과중해지는 등 ‘자본 관리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흥국·DB생명 ‘나비 효과’ 우려

2일(현지 시각)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4%로 높아졌고, 내년 초 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금 시장 불안도 계속 이어질 위험이 커졌다. 금융 당국도 보험사들의 잇따른 신종 자본증권 조기 상환 불발이 다른 금융사의 해외 채권 발행 등에 부정적인 ‘나비 효과’를 일으키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도이체방크 등 유럽계 은행도 최근 신종 자본증권 조기 상환을 하지 않는 등 해외 자금 시장도 비슷한 분위기지만, 그간 한국은 거의 예외 없이 조기 상환을 해왔기에 시장에서 주목하는 듯하다”며 “연말까지 예정된 해외 채권 발행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주의 깊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보험사들이 유동성 관련 기준을 맞추려고 채권을 내다 파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보험사 경영 실태 평가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 등급을 1등급씩 상향 적용한다. 2등급이라도 1등급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또 현재는 만기 3개월 이하 자산만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해주는데,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채권도 ‘유동성 자산’에 포함할 계획이다.

☞신종자본증권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증권으로,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긴 영구채이지만 통상 발행 5년 또는 10년 후 중도상환(콜옵션)을 약속한다.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금융사들이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선호한다. 후순위채로 금리가 높은 게 특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