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른 변신’ HD현대·두산에너빌이 일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부진한 3분기 성적표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 기업인 HD현대(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와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놨다. 각각 조선과 원전 부문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던 두 회사는 조선업 장기 불황과 탈원전 정책을 겪으면서 치열하게 사업 체질을 개선한 결과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후장대 기업들은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상 주력 사업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은데 두 기업은 발 빠른 인수합병과 사업 다각화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성공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두산에너빌리티 3분기 실적 개선
HD현대는 올 3분기 매출 17조2872억원, 영업이익 1조71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보다 매출은 137.5%, 영업이익은 255.2% 증가한 수치다. 조선 부문을 비롯해 정유·건설기계·에너지·로봇까지 모든 계열사가 흑자를 냈다.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고부가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비중이 늘고 환율 상승 효과까지 누리면서 영업이익 1888억원을 기록했다.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도 중국 시장이 위축된 사이 유럽·북미·동남아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1310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건설기계 부문은 그룹 실적을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오일뱅크도 정제 마진과 유가 하락에도 1년 전보다 305.6% 증가한 70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유 부문 실적이 줄면 조선·건설기계가 이를 만회하고, 조선·건설기계가 주춤하면 정유 부문이 만회하는 수익 구조를 이뤄가고 있다”면서 “업황에 따라 요동치지 않는 안정된 사업 체질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3분기 매출 3조9603억원, 영업이익 31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2%, 영업이익은 40.7% 증가했다. 실적 개선을 이끈 건 대형 공장과 플랜트 건설의 설계에서 시공까지 전 과정을 맡아서 수행하는 EPC(설계·시공·조달) 프로젝트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조원 규모 주조·단조 공장 EPC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8월에는 사우디에서 8400억원 규모의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공사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풍력발전·SMR(소형모듈원전)·LNG발전용 가스터빈·수소와 같은 신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올 3분기까지 누적 수주 잔고가 14조6171억원에 달해 3년 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인 원전·조선에도 훈풍
두 회사의 실적은 내년에 더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주력 사업인 조선과 원전이 정상 궤도에 본격 진입하기 때문이다. HD현대의 조선 사업은 코로나 사태 이후 물동량 폭증과 맞물려 쏟아졌던 수주 물량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수주 실적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데 2년 정도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내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정권 교체와 함께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국내 원전 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데다 해외 원전 사업에서도 대규모 수주가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참여가 유력하고, 최근 폴란드가 한국 정부와 원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제조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과 함께 두 회사의 주요 사업들이 대부분 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실적 개선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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