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OTT로 스태프는 건설-배달… 구인난에 불꺼진 대학로
이지훈 기자 2022. 11. 4. 03:01
코로나 이후 공연장 안돌아와
배우 급감에 겹치기 출연 늘고 무경력 스태프에 안전사고 우려
“기초 예술 무너지면 전체 큰 타격”
배우 급감에 겹치기 출연 늘고 무경력 스태프에 안전사고 우려
“기초 예술 무너지면 전체 큰 타격”
#1. 2005년 서울 대학로 뮤지컬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A 씨. 3년 전만 해도 한 해 대학로 공연을 4, 5개가량 한 베테랑 배우였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촬영하고 올 초 방송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요즘 대학로에선 그를 보기 힘들다. A 씨 소속사는 “공연은 연습까지 포함해 최소 두 달가량 걸리는 데 비해 출연료는 적어서 작품을 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2. 10일 시작하는 연극의 제작 프로듀서 정모 씨(39)는 개막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3일 현재까지 무대 설치를 할 목수를 구하지 못했다. 기존 일당(15만 원)보다 많은 20만 원을 제안해도 소용없었다. 정 씨는 “다른 업종으로 간 기술 스태프가 돌아오지 않는다. 팬데믹 때 일자리를 잃은 트라우마 때문에 공연 일은 못 하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고 있지만 대학로는 팬데믹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공연이 열리지 않아 대학로를 떠난 배우와 기술 스태프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린 OTT, 웹 콘텐츠 업계로 이동했고 조명, 오디오, 무대설치를 담당한 기술 스태프는 건설업, 배달업 등으로 빠져나갔다.
○ 배우 기근에 출연료 껑충
팬데믹 여파로 공연이 열리지 못하자 배우들은 비슷한 시기 급성장한 OTT 콘텐츠로 대거 이동했다. 대학로 간판스타였던 전미도, 박해수 같은 배우들이 영상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도 이때부터다.
요즘 공연계에선 주연급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OTT에 출연한 배우들이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인지도가 오른 만큼 출연료도 덩달아 2∼3배가량 올라 제작비 부담이 커졌다. 20년 경력의 공연 제작사 대표 B 씨는 “OTT 출연으로 얼굴이 알려진 후에 팬데믹 이전보다 출연료를 3배 넘게 부르는 배우도 있다”고 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처음 OTT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최근 기획사에 들어간 37년 차 배우 C 씨는 “대학로 무대에 서고 싶지만 소속사에서 좋아하지 않아 예전만큼 공연하긴 어렵다”고 했다.
배우 구인난이 심화되자 대학로 연극 및 중소형 뮤지컬에도 같은 배역에 배우 여러 명이 동시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수 주연급 배우가 비슷한 시기 여러 공연에 출연하면서 작품당 출연 회차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 배역에 3명을 발탁하거나 4명을 배치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인간의 법정’에서 주인공인 로봇 법 전문 변호사 호윤표 역은 배우 3명이,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는 안드로이드 아오 역은 4명이 각각 연기한다.
대형 뮤지컬도 사정은 비슷하다. 뮤지컬 ‘삼총사’는 무려 배우 5명이 주인공 달타냥 역을 맡았다. 한 배역에 여러 배우가 출연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늘어났다. 김용제 한국프로듀서협회장은 “배우가 한 작품에 집중할 수 없으니 공연의 질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기초예술 고사 막아야”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기술 스태프 사이에서는 감염병이 확산되면 또 실업자가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조명 스태프로 일하다가 현재 대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이재호 씨(47)는 “조명 담당 인력의 절반 정도는 팬데믹 이후 공연계를 완전히 떠났다고 보면 된다. 언제 또 코로나19가 심해질지 모르는데 가족 생각을 하면 공연계로 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숙련자가 아니라 지인 위주로 스태프를 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연 제작자 D 씨는 “급하게 충원한 무경력자가 스태프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가 날까 걱정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2년간 운영한 무대인력 지원 사업(678억 원)은 올해 말 끝난다.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지원 연장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예술인 공연계가 무너지면 전체 예술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공연은 배우와 스태프 등에겐 업(業)의 뿌리이자 대중문화콘텐츠의 기초로,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면 예술계의 뿌리가 뽑히는 것과 같다”며 “기초예술 분야에서도 수익이 창출돼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정부와 민간이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 10일 시작하는 연극의 제작 프로듀서 정모 씨(39)는 개막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3일 현재까지 무대 설치를 할 목수를 구하지 못했다. 기존 일당(15만 원)보다 많은 20만 원을 제안해도 소용없었다. 정 씨는 “다른 업종으로 간 기술 스태프가 돌아오지 않는다. 팬데믹 때 일자리를 잃은 트라우마 때문에 공연 일은 못 하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고 있지만 대학로는 팬데믹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공연이 열리지 않아 대학로를 떠난 배우와 기술 스태프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린 OTT, 웹 콘텐츠 업계로 이동했고 조명, 오디오, 무대설치를 담당한 기술 스태프는 건설업, 배달업 등으로 빠져나갔다.
○ 배우 기근에 출연료 껑충
팬데믹 여파로 공연이 열리지 못하자 배우들은 비슷한 시기 급성장한 OTT 콘텐츠로 대거 이동했다. 대학로 간판스타였던 전미도, 박해수 같은 배우들이 영상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도 이때부터다.
요즘 공연계에선 주연급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OTT에 출연한 배우들이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인지도가 오른 만큼 출연료도 덩달아 2∼3배가량 올라 제작비 부담이 커졌다. 20년 경력의 공연 제작사 대표 B 씨는 “OTT 출연으로 얼굴이 알려진 후에 팬데믹 이전보다 출연료를 3배 넘게 부르는 배우도 있다”고 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처음 OTT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최근 기획사에 들어간 37년 차 배우 C 씨는 “대학로 무대에 서고 싶지만 소속사에서 좋아하지 않아 예전만큼 공연하긴 어렵다”고 했다.
배우 구인난이 심화되자 대학로 연극 및 중소형 뮤지컬에도 같은 배역에 배우 여러 명이 동시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수 주연급 배우가 비슷한 시기 여러 공연에 출연하면서 작품당 출연 회차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 배역에 3명을 발탁하거나 4명을 배치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인간의 법정’에서 주인공인 로봇 법 전문 변호사 호윤표 역은 배우 3명이,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는 안드로이드 아오 역은 4명이 각각 연기한다.
대형 뮤지컬도 사정은 비슷하다. 뮤지컬 ‘삼총사’는 무려 배우 5명이 주인공 달타냥 역을 맡았다. 한 배역에 여러 배우가 출연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늘어났다. 김용제 한국프로듀서협회장은 “배우가 한 작품에 집중할 수 없으니 공연의 질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기초예술 고사 막아야”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은 기술 스태프 사이에서는 감염병이 확산되면 또 실업자가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조명 스태프로 일하다가 현재 대기업 공장에서 일하는 이재호 씨(47)는 “조명 담당 인력의 절반 정도는 팬데믹 이후 공연계를 완전히 떠났다고 보면 된다. 언제 또 코로나19가 심해질지 모르는데 가족 생각을 하면 공연계로 돌아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숙련자가 아니라 지인 위주로 스태프를 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연 제작자 D 씨는 “급하게 충원한 무경력자가 스태프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가 날까 걱정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2년간 운영한 무대인력 지원 사업(678억 원)은 올해 말 끝난다. 임정혁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지원 연장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예술인 공연계가 무너지면 전체 예술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공연은 배우와 스태프 등에겐 업(業)의 뿌리이자 대중문화콘텐츠의 기초로,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면 예술계의 뿌리가 뽑히는 것과 같다”며 “기초예술 분야에서도 수익이 창출돼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정부와 민간이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문수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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