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젖꼭지와 장난감 심하게 못 빨게 하세요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 5mm 이하의 작은 파편 플라스틱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들어왔을 때 소아를 비롯한 사람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유입되는 일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물·공기 등 통해 유입
플라스틱은 생산 단계부터 잘게 쪼개져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치약, 화장품, 세제, 페인트, 연마제, 광택제를 비롯해 석유화학 제품, 건축 자재 등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당초 크기는 작지 않지만, 광분해와 풍화 등을 거쳐 미세하게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미세 플라스틱 분진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타이어가 도로에 마모되면서 상당량 배출된다. 합성 섬유를 세탁할 때, 농업용·건축용 등 플라스틱이 햇빛과 바람을 장시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육지에서 발생시킨 플라스틱은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돼 마모되고 쪼개진다.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 해양 생물을 인간이 먹게 된다.
또 미세 플라스틱은 물에 녹아서 인체로 흡수되며, 심지어 공기를 통해 폐나 피부로도 들어온다. 미세 플라스틱은 산모와 태아를 잇는 태반(胎盤)뿐 아니라 신생아가 태어나서 처음 배설한 태변(胎便)에서도 검출된 바 있다. 산모의 몸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태아의 소화기로 이동한 것이다. 생후 1년 이내 유아들의 대변에서도 나왔다. 플라스틱 젖병, 장난감, 식기 등을 입으로 빠는 과정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소재 카펫에서 뒹굴거나, 합성 섬유를 빨고 씹었을 수도 있다.
◇환경 호르몬 노출 줄여야
미세 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은 크게 입자 자체의 신체 흡수로 인한 물리적 영향과,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 쓰이는 각종 첨가제로 인한 환경 호르몬 등 화학적 영향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이 세균·곰팡이·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인체로 유입시키는 운반체가 될 우려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 섭취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도한 불안감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성장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이나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성인에 비해 더 심각할 수 있어서 문제다.
물 등을 통해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장에서 흡수돼 뇌·콩팥 등 거의 모든 장기로 이동할 수 있다. 크기가 작으면 세포막과 혈액 뇌장벽, 태반 등도 통과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전신으로 순환하며 신체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의 섭취 경로는 주로 생선, 조개류, 꿀, 설탕, 소금, 맥주, 생수, 정어리 캔, 수돗물 등이다. 아기들에게는 공갈 젖꼭지나 장난감, 유아용 식기 등을 과도하게 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자주 실내 청소를 해서 미세 입자를 없애도록 한다.
환경 호르몬도 문제다. 일부 플라스틱에 쓰이는 프탈레이트(Phthalates)나 비스페놀에이(BPA)와 같은 내분비 교란 물질에 노출되면 생식기계, 면역계, 신경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랑말랑한 PVC에 주로 쓰이는 프탈레이트는 미국에서 연간 10만명의 조기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가 작년에 나온 바 있다. 현재 어린이 장난감, 생활 용기, 기저귀, 화장품 등에는 프탈레이트가 사용 금지됐거나 극미량 사용만 허용돼 있다. 하지만 간혹 중국산 제품 등에서 기준치를 넘는 제품이 유통돼 문제가 됐다. 따라서 아기 욕조나 아기 입이 닿을 수 있는 합성 가죽 소파 등은 검증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전자레인지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 게 낫다. 유아식이 뜨거울 때는 도자기나 유리 용기에 담았다가 식고 나서 필요에 따라 플라스틱 용기에 옮겨 담는 게 좋다.
선진국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생산 방식을 적극 채택하며 재활용 등 ‘사용후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며 지속 가능한 생활양식을 보급하는 한편, 혁신과 신기술 개발을 통한 플라스틱 저감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한층 강하게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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