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差 1%P로 벌어져… 한은, 24일 또 ‘빅스텝’ 유력

박민우 기자 2022. 11.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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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연속 자이언트스텝]
美 기준금리 4%로 뛰어올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는 더욱 커졌다. 미국의 긴축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복합 위기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는 한국은행도 긴축 속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금리를 빠르게 올리자니 최근 기업들의 자금난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까봐 걱정이고, 천천히 올리자니 5%대 상승률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물가가 문제다.
○ 한미 금리 차 1%포인트로 벌어져

2일(현지 시간) 연준이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리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로 확대됐다. 한은이 지난달 12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3.0%로 올리면서 금리 차는 0.25%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이날 다시 크게 벌어졌다. 한미 금리 차가 1%포인트로 벌어진 건 2018년 3월∼2020년 2월 이후 2년여 만이다. 한은이 이달 금리를 올리더라도 연준이 다음 달에 또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양국의 금리 차는 연말에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한미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5%대 고물가가 장기간 지속돼 실물 경기를 짓누를 수 있다. 또 강도 높은 긴축으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 수장들,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이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 중앙은행의 자이언트스텝과 이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향후 우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한은 점검회의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향후 통화 긴축의 지속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속도 조절 딜레마 빠진 한은

한은은 24일로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뒤 ‘한은의 최종 금리 수준이 3.5% 이상으로 오를 수 있느냐’란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두 번 연속(통산 세 번째)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여전히 강하게 죄고 있는 데다 전날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7%)이 3개월 만에 상승 폭을 다시 확대했기 때문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망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소폭 반등했다. 무엇보다 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0.3%)이 전망치를 웃돌고, 실업률(2.5%)과 고용률(62.8%) 등 고용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고강도 긴축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은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히 얼어붙은 채권시장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와 한은, 금융권 등이 수십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쏟아내고 있지만 자금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돈줄이 마르고 유동성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을 키운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시작으로 금융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겠지만 국내 물가 상황과 경기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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