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도 추모의 방식?... 참사 애도도 '돈벌이 수단' 삼는 유튜버들

나광현 2022. 11. 4. 00: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오후 9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던 20대 여성 두 명이 깜짝 놀란 듯 나지막이 속삭였다.

유튜버 두 명은 "방송도 추모의 한 방식"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다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3일 "추모객 항의에도 방송을 멈추지 않는 건 대형 참사의 높은 주목도를 활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형 장대 들고 여과 없이 현장 생중계
"추모 방식"이라지만, 또 가짜뉴스 유포
촬영 제지엔 "정치 성향 달라서 그런 것"
힌 유튜버가 이태원 참사 닷새째인 2일 밤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스마트폰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저 사람 지금 유튜브 찍는 거지?” “설마 여기서?”

이태원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오후 9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던 20대 여성 두 명이 깜짝 놀란 듯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들의 시선을 붙잡은 건 추모 인파 위로 불쑥 솟은 2~3m짜리 장대 한 개. 유튜버들이 고공 촬영을 위해 사용하는, 이른바 ‘장대 짐벌(흔들림을 막는 장치)’이다.

유튜버 두 명은 “방송도 추모의 한 방식”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다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무엇보다 눈물 흘리는 추모객의 얼굴과 통곡 등의 개인정보가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퇴근 후 추모를 위해 이태원역을 찾은 직장인 김모(27)씨는 “추모객들의 울음 등 자극적 영상을 찍어 조회수를 늘리려는 의도가 뻔하다”고 분개했다.

이태원 참사 나흘째인 지난 2일 밤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유튜버가 '장대 짐벌'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진심 어린 애도 대신 당국과 정치권 비난으로 채워지기 일쑤인 인터뷰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유튜버는 혼잣말을 하는 한 노인에게 “어르신 말이 맞습니다”라며 접근했고, 이에 격앙된 노인이 “○○○이 나가야 돼”라고 하자, 다시 “나라가 망하고 있다”며 맞장구쳤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정치 얘기를 나눴다.

참다못한 몇몇 시민이 방송 중단을 요구해도 유튜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유튜버 유모(66)씨는 “많은 분들이 방송을 싫어하면 안 할 생각”이라면서도, 이미 “뭐 하는 짓이냐”며 촬영 자제를 재촉한 시민들을 “반대 쪽(정치 성향)”으로 몰아갔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3일 “추모객 항의에도 방송을 멈추지 않는 건 대형 참사의 높은 주목도를 활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 온라인 방송의 대표적 폐해인 ‘가짜뉴스’도 실시간 유포됐다. 40대 유튜버 장모씨는 “한 시청자가 ‘지인의 딸이 참사로 사망했는데, 시신에 목이 없어 목을 못 찾고 장례를 치렀다’는 채팅을 남겼다”고 전했다. 검증 과정 없는 즉시성이 특징인 유튜브 생중계가 가짜뉴스 확산의 진원지임을 거듭 입증한 것이다.

촬영ㆍ보도 준칙을 지키지 않는 유튜버들의 행태가 추모객들의 좌절감만 배가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귀 한국상담심리학회장은 “많은 시민들이 참사를 접한 후 슬픔과 무력감, 분노 등 복합적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며 “조회수에 목매는 자극적 촬영에 노출되면 불편한 감정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