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금리 '자이언트 스텝'…장기침체 경고에 파운드화 하락(종합2보)
'매파' 미 연준 vs. '비둘기파' BOE…"영국 경기여건 70년대보다 나빠"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그러나 영국 역사상 최장 경기침체 전망에 더해 금리를 덜 올린다는 메시지가 나오며 파운드화는 2% 넘게 떨어졌다.
BOE는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3.0%로 0.75%포인트 올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국 기준금리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번 금리인상 폭은 1992년 9월 16일 '검은 수요일'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크다.
당시 조지 소로스 퀀텀 펀드와 헤지펀드들이 파운드화를 투매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영국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대폭 올렸지만 결국 실패했다.
일반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1989년 이후 33년 만이다.
최근 영국 기준금리는 1년도 안된 사이 0.1%에서 3%로 빠르게 뛰었다.
BOE는 물가 급등에 대응해서 작년 12월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래 8차례에 걸쳐 쉼 없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최근 두 차례 연속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밟은 데 이어 이번엔 인상 폭을 더 키웠다.
영국은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1%로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BOE 목표치인 2%의 5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BOE는 물가 상승률이 연내 약 11%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리시 수낵 총리 취임 후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면서 이번 금리인상 폭이 예상보다는 축소됐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 발표 후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채권 금리가 급등했을 때는 BOE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왔다.
금융시장에서는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17일 발표할 예정인 예산안과 재정전망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금리인상은 예상된 수준이지만 통화정책위원 9명 중 2명은 소폭 인상 의견을 냈다.
BOE는 영국의 경기침체가 올해 3분기에 이미 시작됐으며 2024년 중반까지 2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2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긴 기간이다.
BOE는 현재 50년 만의 최저인 실업률(3.5%)도 6.5%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기침체 기간 국내총생산(GDP) 축소 규모가 2.9%로 금융위기 충격(6.3%)의 절반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BOE는 그러면서 금리인상에 관해 미국에 비해 훨씬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BOE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 수준으로 안정되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며 "비록 금리 고점이 금융시장에 반영된 수준보다 낮을 수는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BBC는 BOE가 금리 고점이 내년 가을께 연 4.5%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BOE의 금리 가이던스가 이례적으로 상세하다고 평가하고, 그동안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고점을 연 4.75%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극심할 때는 6% 전망도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며 네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더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금리인상 중단에 관해 얘기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문제로 인한 충격 크기가 1970년대 에너지 위기 때 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는 "영국과 미국은 매우 다른 상황"이라며 "유럽 에너지 가격 인상이 경제를 위축시키고 물가상승 압력에서 김이 조금 빠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트 재무장관은 "물가 상승이 가계, 연금생활자, 기업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며 "영국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신뢰를 회복하고 공공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나랏빚을 줄여서 금리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시장에선 파운드화 환율이 1.1157 달러로 2.1%까지 떨어졌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포인트 넘게 뛰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경기 전망이 좋지 않고 금리 메시지도 연준에 비해 완화적이다 보니 파운드화의 미 달러 대비 환율이 내려갔다"며 "그러나 지난달 같은 혼란이 벌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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