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자식과 이웃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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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어떤 부자가 살았는데, 비가 와서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아들이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필시 도둑이 들 겁니다"라고 했다.
그 집에서 아들은 대단히 지혜롭다고 여겼지만 이웃집 노인은 의심하였다.
말한 사람이 아들이든 이웃이든, 말한 의도가 집의 손해를 보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든 도둑질을 하려는 것이었든 담장이 무너지면 도둑이 들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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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상황을 두고 똑같이 말했는데 한쪽은 칭송받고 한쪽은 의심을 받았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러니 들을 사람 잘 가려서 말하라는 것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말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상대를 잘못 고르면 곤욕만 치를 터, 한 발 물러서서 구경이나 하자고 들면 마음이 편할 법도 하다. 나아가 그 주인이나 아들과 친한 사람을 물색해서 그를 통해 노여움 사지 않고 조언해주는 방법도 있겠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크게 간과한 것이 있다. 설득의 상대를 고르는 법만 강조했지 정작 상대의 적당한 대응에 대해서는 살피지 않은 점이다. 말한 사람이 아들이든 이웃이든, 말한 의도가 집의 손해를 보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든 도둑질을 하려는 것이었든 담장이 무너지면 도둑이 들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은 제 잘못을 되짚는 것 대신 말해준 사람을 살피고, 그 말의 의도를 해석하기에 바쁘며, 주관적 해석에 따라 포폄하기에만 급급하다.
천하의 한비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일이 군주제의 족쇄였다. 군주를 설득하러 나섰다가 자칫하면 의심이나 받다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목숨 걸고 나서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고 상황이 싹 바뀌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든 예전의 군주제처럼 그 우두머리가 독단적으로 처리할 여지가 많지 않고 보면, 의사결정 이전에 여기저기서 많은 의견들이 있었을 텐데 어느 한쪽 의견은 통으로 무시해놓고서는 뒤늦게 호들갑이기 일쑤다. 그중 최악은 최고 결정권자가 아무 대비 없이 수수방관하여 그르치고서는 반성은커녕 제 자식을 두둔하며 애꿎은 이웃 노인만 다그치는 일이다. 이제라도 제때에 담장을 수리하지 않은 잘못을 반성하고, 아주 늦어버리기 전에 담장을 수리할 때이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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