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연히 국조 필요"…與 "검수완박 개정부터"(종합)
野경찰 특수본 '셀프 감찰' 비판에 與 "검수완박 탓"
(서울=뉴스1) 한상희 정재민 기자 = 이태원 참사 발생 엿새째인 3일 여야는 사고 발생 책임론을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 책임론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참사 관련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자,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법(검수완박법)'을 개정하자며 맞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에 특별기구를 설립해 수사와 감찰에 나서는 것을 둔 이른바 '셀프 감찰'을 언급하며 "경찰 수사가 스스로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어 당연히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며 "안일한 경찰 인력 배치, 112 신고 부실 대응, 늑장 보고, 민간 사찰 등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도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다음 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동참을 압박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측이) 거부하지 않길 바라지만 국민의 뜻에 반한다면 정의당이나 다른 야당, 무소속 의원들에게 현안에 대해 함께 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성실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정의당도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힘을 보탰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 결정을 환영한다. 국민의힘도 국민 애도 기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질,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정부·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기자회견을 통해 "누구도 참사에 책임을 지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재난안전 총괄부처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사건의 직접 책임이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을 파면하라"고 했다.
나아가 외신기자 간담회 과정에서 '농담' 논란이 인 한 총리를 언급 "참사에 대해 조금의 진지함도 보이지 않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경질하라"며 "윤 대통령은 피해자와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이상민 장관을 파면하지 않으면 국민적 저항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면담하고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에 접수된 68건의 신고 녹취록과 CC(폐쇄회로)TV 영상 등 자료 제출도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야권의 국조 요구에 맞서 '검수완박법'을 개정하자며 역제안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부끄러움도 없이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며 "70여년 간 대한민국의 대형비리,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의 손발을 묶어두고 진실을 규명하자고 하면 누가 믿겠냐"고 적었다.
이어 "대형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법을 개정하자. 국정조사보다 그게 먼저"라고 했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형참사범죄 수사를 경찰에게 맡길 수 없다면, 남한테 뒤집어 씌우지 말고 당장 국회를 열어서 검수완박을 폐기시키면 된다"며 "검수완박으로 경찰에게 넘겨주었던 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범죄 수사권을 모두 다시 검찰로 복원시키자"고 맞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정부 시기 검수완박'의 입법 과정에서 경찰조직의 권한 확대에만 몰두하며 지난 정권에 밀착했던 일부 정치 경찰의 행태가 경찰 본연의 임무를 소홀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라며 이번 참사 원인으로 검수완박법을 지목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과 윤 청장 책임론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며 수습 이후로 판단 시기를 미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금 책임 있다고 언급되는 분들이 수습책임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사태가 수습되면 본격적으로 문책 범위가 논의될 텐데 사실관계가 파악되고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을 가지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정 위원장도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기자회견에서 인사 문책론 관련 질문에 "경찰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여러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과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토대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겠냐"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해 응당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점점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이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썼다.
5일까지인 국가 애도 기간이 지나면 사태 진상조사와 책임을 둘러싼 여야의 본격적인 정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7일로 예정된 국회 행안위의 현안 질의가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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